‘강제징용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계획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 하에 외교부에 전달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정부와의 징용 소송 거래를 직접 주도한 다른 여러 정황도 파악했다.
7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2016년 9월 말 외교부 측에 징용 소송의 전합 회부 계획을 알린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이 전 실장이 비슷한 시기 임 전 차장과 함께 대법원장 사무실을 찾아가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임기 내에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징용 소송을 전합에 회부하겠다’는 언질을 했다. 그리고 이를 외교부 측에 전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과 임 전 차장은 곧바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이 계획을 전달하고 회동 결과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전합 회부 계획을 외교부에 전달한 행위 및 이를 지시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차한성·박병대 전 처장도 2013, 2014년 각각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공관회의’에서 징용 소송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 소송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를 직접 진술했다고 한다.
징용 소송 거래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주범이라는 검찰 시각은 힘을 얻고 있다. 앞서 법원은 임 전 차장을 주범,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대법관)을 단순한 공범으로 보고 이들의 신병처리를 결정했다. 임 전 차장은 구속됐지만 두 전직 처장은 구속을 면한 배경이다. 법원은 두 전직 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임 전 차장과) 공모 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는 다르다. 징용 소송 거래에 직접 개입하고 범죄 행위를 지시한 정황이 적지 않다. 적용될 범죄 혐의도 두 전직 처장보다 많다. 검찰은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처장도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법원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초유의 일인데다 구속영장에 대한 판단도 법원의 몫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를 제대로 받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이가현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강제징용 소송 전원합의체 회부’ 외교부 전달도 양승태가 지시”
입력 2019-01-07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