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과 협업’… 삼성, 스마트 TV에 애플 ‘아이튠스’ 탑재

세계 1위 TV 제조사 삼성전자와 동영상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려는 애플이 손을 잡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사가 협업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가전·콘텐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 개막을 앞두고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튠스는 애플이 자체 보유한 콘텐츠 시장으로 수십만개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아이폰이나 맥북, 애플TV 등의 iOS 기기 사용자들은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각종 콘텐츠를 구입한다. 에어플레이2는 애플 기기에 저장된 음악·영상·사진 등을 외부 기기와 연동해 바로 재생(스트리밍)해주는 기능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시하는 스마트 TV에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 기능을 별도의 기기 연결 없이도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된 제품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튠스는 또 유니버설 가이드, 뉴 빅스비, 검색 등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자체 기능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아이튠스가 애플 이외 다른 회사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아마존 에코 스피커에 애플뮤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아이튠스가 타사 제품으로 들어간 적은 없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특허를 둘러싸고 오랜 법적 분쟁을 벌여온 사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애플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에디 큐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의 삼성전자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스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게 돼 기대가 크다”면서 “아이폰·아이패드·맥북 사용자들은 가정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이원진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소비자 관점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체제(OS)나 제품 차이를 넘어서는 개방형 파트너십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애플과의 전략적 협력으로 삼성전자 TV와 iOS 기기 사용자들이 한층 풍부하고 편리한 경험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