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출 문턱 높아진다… “기업·가계 모두 신용위험도 상승”

입력 2019-01-08 04:03

줄어든 소득을 채우려는 이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자금을 얻으려는 이들에게 새해 금융권의 문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대출 태도가 한층 빡빡해진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각 경제주체의 신용위험은 높아졌고, 정부의 대출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총 199개 금융회사의 여신업무 총괄 담당을 인터뷰한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은행이든 비은행이든 대출의 지속적인 공급 여부를 나타내는 ‘대출 태도’ 지수가 새해에도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광범위한 설문조사의 결론이었다. 금융권의 대출 태도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깐깐한 심사, 즉 대출을 원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대출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은행권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겠지만,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해서는 강화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영향이 컸다. 특히 가계부채의 경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관리지표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일반 신용대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은행권은 지난해 11월부터 개인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70%를 넘기면 고위험 대출(고 DSR)로 보기 시작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은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전 분기보다 높아진다고 내다본다. 대기업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 협력업체의 실적 부진과 부동산 경기 조정 가능성 때문이었다. 가계의 신용위험도 소득개선 지연 가능성,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 증가 때문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감독하려 한다.

금융권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밝지만은 않은 신호다. 국내 경제주체들의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를 오랜 경기 침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경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소기업은 여유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소득이 늘지 못한 가계 역시 소액 생활자금을 중심으로 일반대출 욕구가 커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여기에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비은행권 금융회사를 찾더라도 대출이 수월하진 못할 전망이다.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도 개인사업자대출의 건전성 감독 강화 영향 등으로 대출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카드사의 경우 저신용 차주 때문에, 생명보험사는 부동산 경기 조정 가능성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