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무협상 제쳐두고 북·미정상회담 밀어붙이는 까닭은…

입력 2019-01-08 04: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북한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사이에 장관급 고위 회담이나 실무회담이 뚝 끊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낙관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이례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면서 “그리 머잖아 개최지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간접적으로 대화해 왔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제재는 우리가 몇몇 매우 확실한 (비핵화) 증거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나 시기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협상을 건너뛴 채 정상이 만나는 것은 이례적 수순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의견 조율이 덜 돼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합의한 뒤 정상회담 전에 속도전 방식으로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협상을 연달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최 합의와 취소, 다시 개최’라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1차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 직전에 이런 방식으로 급하게 준비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적 주장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친서 외교’의 만족감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서한을 흔들어 보이며 “나는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기뻐할 만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을 보고 2차 회담의 성공을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간 공식 협상은 스톱 상태지만 물밑 대화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비판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도 이유로 꼽힌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이 ‘빈 손 회담’이라고 비난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자화자찬으로 성과를 포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내 정치 상황 반전을 위한 극적 이벤트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정치공세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다. 2차 북핵 담판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로 여론을 역전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사이에 변수가 워낙 많아 정상회담이 실제 열릴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등 비핵화 상응조치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다. 노동신문은 7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의 완전한 중단,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 적극 추진을 촉구했다.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도 “이제는 미국이 상응조치로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