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이번에는 국경장벽 재질을 콘크리트가 아니라 강철로 쓰는 방안을 타협안이라며 민주당에 내밀었다. 정작 민주당은 국경장벽만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많은 사람과 접촉해 왔다. 나는 사람들에게 강철 방벽(steel barrier)을 세우겠다고 알려줬다”면서 “강철 방벽은 눈에 덜 띄고 더 튼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콘크리트를 싫어해서 강철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강철은 콘크리트보다 아름답고 강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강철 방벽이 “좋은 해결책”이며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한 직후에 나왔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강철 방벽이 ‘강철 울타리(steel fence)’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상황을 개선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콘크리트 장벽(concrete wall)을 포기하고 강철 울타리를 민주당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장벽(wall)’이란 표현에 거부감을 갖자 ‘방벽(barrier)’ ‘울타리(fence)’ 등 다른 말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장벽이든 울타리든 설치 자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조물 설치가 불법 이민을 억제하는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도덕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차라리 국경경비 관련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인사들은 전날인 5일에 이어 6일에도 회동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은 전체 길이 3200㎞에 달하는 미국·멕시코 국경 중 377㎞에 강철로 된 물리적 방벽을 설치하는 비용으로 57억 달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의회 지도부에 보냈다. 보트 대행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시행됐던 중남미 출신 미성년자 난민의 재정착 지원 사업 복원 등 여러 유인책을 함께 내놨으나 민주당은 거절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콘크리트 고집하더니… 트럼프, 강철 장벽 제안
입력 2019-01-07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