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시리아 조건부 철군”, 즉시 철군 결정 사실상 철회

입력 2019-01-07 18:47
사진=AP뉴시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조건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쿠르드족 안전 확보를 제시했다. 미국 국내는 물론 미국의 동맹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시 철군 결정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예루살렘에서 기자들과 만나 “철군 조건으로 우리가 달성하기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서 “시리아 내 IS 잔당을 물리치고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미군과 함께 싸워온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는 미국 협력자인 쿠르드족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터키가 미국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군 철수가 천천히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상황에 따라 미군 철수 시기가 몇 달 혹은 몇 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군 철군 시기에 대해선 “시간표는 우리가 이행할 필요가 있는 정책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다만 “미군이 시리아에 무기한으로 주둔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 정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시기를 유연하게 정한 것은 쿠르드족이 터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합의 없이 시리아 정부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것이 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시리아 동북부 터키 국경지대에 2000여명의 지상군을 파병해 유지해 왔다. 이들은 IS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는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켰다.

하지만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 내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 노동자당’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공언해 왔다. 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미군의 시리아 철군을 발표한 후 쿠르드족 공격을 위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은 7일 터키로 건너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함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군사행동에 나서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터키의 목표는 IS와 쿠르드 노동자당 그리고 쿠르드 민병대”라면서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는 주장은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월 하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과 관련한 시리아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시리아 주둔 미군의 30일 이내 철수를 지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철수 시점을 늦춘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그렇게 빨리 철군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