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 문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월튼 미국 휘튼대 교수는 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년 고대 근동 신학 포럼’에서 “성경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고대 세계의 ‘문화적 강(Cultural River)’에 우리 몸을 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은 고대 근동 문화의 맥락에서 말씀하고 있다”면서 “구약성경의 충실한 해석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와 친숙해져야 한다. 풍부한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튼 교수는 복음주의 기독 대학인 휘튼대에서 20년 이상 구약학자로 재직하며 구약성경의 배경 연구에 힘써 왔다.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CLC) ‘고대 근동문화와 성경의 권위’(CLC) ‘아담과 이브의 잃어버린 세계’(새물결플러스) 등을 펴냈다. 그가 언급한 문화적 강이란 당대 문화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대 근동 문화의 특징은 신탁을 맡은 제사장, 마술과 영적 세계, 왕의 존재, 신전 중심 사회, 우주에 대한 무지 등이었다.
월튼 교수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같은 문화적 배경과 상황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성경 저자들은 고대 근동의 문화 속에 살던 사람들이었고 성경 메시지의 1차 독자들 역시 당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출애굽기를 통해 시장경제의 교훈을 얻을 수 없고 열왕기서에서 민주주의 운영 지침을 파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월튼 교수는 “(고대 근동 문화를 무시한 채) 성경을 쓰여 있는 대로 읽는다는 것 자체가 현대 문화의 틀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겠다는 말”이라며 “성경 기자들은 현대 문화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고 읽는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문자적으로 읽는 최선의 방법은 저자의 원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현대의 독자들은 성경 저자들이 살았던 당시 상황에 따라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고고학계는 100만점 넘는 문자 문헌을 발견해 상당 부분 연구해 왔다. 이들 문헌은 성경을 이해하는 결정적 지식을 전해준다. 월튼 교수는 이런 문헌과 자료를 ‘문화와 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창문’ ‘열쇠 구멍’으로 지칭했다.
월튼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두 가지 사례도 제시했다. 바벨탑(창 11:1~9)과 태양 정지 사건(수 10:12~14)이다. 바벨탑의 경우 메소포타미아 문명 속에서 구운 벽돌이 신전과 연결된 탑(지구라트·ziggurat)을 짓는 데 사용됐으며 고대인들은 위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면 그들의 이름이 위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태양 정지 사건은 보름달의 출현 시기와 관련이 있다. 고대 문화에서 보름달이 14번째 날에 나타나면 길조였으나 13번째나 15번째 뜨면 흉조였다.
그는 “전투 중인 여호수아는 이를 위해 기도했던 것으로 당시의 천체 징조를 나타내는 자료를 보면 해와 달이 멈춘다는 문학적 표현이 나온다”며 “여호수아의 기도는 달이 흉조로 나타나 적들에게 영향을 주도록 했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성경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문화 잘 알아야”
입력 2019-01-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