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노사간 힘겨루기로 결정돼선 안 돼

입력 2019-01-08 04:00
주52시간 근로제와 함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현재고용 부진과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누구도 이를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해 말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4년간 매년 평균 7% 넘게 올랐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30% 이상 인상됐다.

속도가 너무 빠를 뿐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 자체도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액수)의 60%를 넘어섰다. 경제학계가 경험적으로 최저임금의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는 변곡점으로 여기는 지점이 ‘중위임금 50%’다. 이를 크게 벗어났다.

결정 방식을 포함해 최저임금 구조 전반을 손볼 때가 됐다. 정부가 7일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고한 대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면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 권한은 노·사·공익위원 각 9명으로 된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 최대 문제는 최저임금이 객관적 기준보다는 노사 간 힘겨루기에 따라 사실상 결정되는 점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개인과 해당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금리나 물가처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1986년 말 제정됐다. 30여년간 크게 시대 상황이 변했고 매년 파행이 거듭되는 데도 노사 간 협의에 맡겨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를 통해 최저임금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정부안의 핵심이다. 올바른 방향이다. 민노총 등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사 간 자율에 맡기는 방식을 30여년간 실험했지만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가 이번에는 ‘경제 문제의 정치화’가 되지 않도록 개편안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노사 참여 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상당수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등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