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소설가 윤이형(43·사진)의 중편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한 부부가 이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윤 작가는 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부가 원한이 생길 때까지 사는 것보다 때로 헤어지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서로를 존중하면서 헤어지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 육아와 일에 지친 아내는 “결혼이라는 놈을 의인화할 수 있다면 피고인석에 세우고 싶다”고 토로한다. 남편은 매일의 고된 노동에도 가족에게 안정된 수입을 가져다줄 수 없는 처지에 넌더리를 낸다. 그는 “꿈도 사랑도 미래도 없고 의무뿐이다. 죽고 싶은데 죽을 수도 없으니 나를 못 죽게 하는 모두를 없애고 나도 죽고 싶다”며 괴로워한다.
남녀 모두가 가부장적 결혼 제도의 피해자로 그려진다. 작가는 “지난해 키우던 고양이가 죽으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기도 했다”며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결혼이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나 나름대로의 답을 써봤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권영민은 “남녀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용의 시선이 있다. 이 시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검은 불가사리’로 등단한 윤 작가는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러브 레플리카’ 등을 펴냈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 수상작 상금은 3500만원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가부장적 결혼 제도 폐해 담은 윤이형 소설, 이상문학상 대상
입력 2019-01-07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