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교계 신문을 보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새해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한국교회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보지 못했다. 책을 보고 강단의 설교를 들어도 다 성도 개개인의 믿음을 북돋아 주고 내면적 영성을 세우는 데만 치중하고 있었다. 목회자들의 신년 목회계획 역시 처치 세팅(Church Setting)에만 치중을 하지, 처치 플랜팅(Church Planting)에 관심을 갖는 분들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더구나 개교회를 넘어서 한국교회, 즉 공교회와 공적 사역을 위해 고민을 하거나 예산을 세웠다는 소식도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수많은 목회자가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너무 추상적이고 사변적이며 철학적이다. 나는 이 일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교회 최초로 처치 플랜팅을 제시하고 한국교회 성장을 돕는 21세기목회연구소 김두현 소장을 만나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다음세대를 준비해야지요. 그러나 그것은 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믿음의 세대를 이어주는 것이고, 또 가문의 차원에서는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자는 의미가 강합니다. 어찌 영국교회라고 다음세대를 말하지 않았겠습니까. 미국교회도 다음세대를 준비하자고 많이들 이야기했지요. 그러나 그들이 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교회세대(Church Generation)를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를 넘어 교회세대를 이야기하고 이어가야 합니다.”
그렇다. 지금까지 영국교회와 미국교회의 지도자들은 내면적 영성이나 개인적 믿음에 치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 강단도 영국교회와 미국교회를 따라갔고 고작 이야기해봐야 다음세대만을 외쳤다. 그러나 아무리 다음세대를 외쳐도 교회세대에 대한 의식이 없고 그 세대를 이어가지 못하면 교회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가 무너지면 어떻게 다음세대를 이어가겠는가.
김두현 소장의 언급처럼 다음세대를 준비하자는 말은 개인적이고 가문적인 라인에서 믿음의 유산을 이어가도록 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세대를 이어가자는 말은 그 교회가 가진 복음의 생명력, 신학의 정체성, 성령의 역동성, 교회론적 가치를 다음의 교회로 이어가게 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그 교회를 넘어 지역의 다른 교회와 또 다른 지역의 교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 담임목사가 바뀌거나 아무리 교회 생태계가 파괴돼도 교회세대만 잘 이어지게 하면 교회는 계속해서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고 지속해서 부흥할 수 있다. 아무리 다음세대를 준비한다 해도 교회가 무너져 버리면 다음세대는 있을 수 없다. 영국교회의 모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세대 운동과 더불어 교회세대 운동을 펼쳐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교회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올바른 성경적 원형교회론을 다시 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개교회를 넘어 네트워크형 교회로 가야 한다.
더 나아가 공교회 의식을 갖고 교회 연합운동을 하며 공적 사역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모든 교회가 하나 돼 공교회를 세우고 모든 성도 역시 공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개인의 칭의신앙과 구원신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회세대에 눈을 떠서 공교회를 일으키고 공적 사역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동양에서는 싹이 나는 것을 보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을 명자(明者)라고 했다. 기미를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철인(哲人)이라고 한다. 기미마저도 보이지 않을 때 미래를 예측하며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을 선각자(先覺者)라고 한다. 한국교회는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예측하고 교회세대를 일으키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혜안을 가질 때 비로소 ‘퍼스트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다음세대와 함께 교회세대를 이야기하자. 교회세대가 없으면 다음세대도 없기 때문이다.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시온의 소리] 교회세대가 없으면 다음세대도 없다
입력 2019-01-08 00:01 수정 2019-01-08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