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 키스 장면 다시 보고 싶은데….” “다음 화에 더 자세히 나올 것 같아요.” “확대판 국내외 SNS에 엄청 많아요.”
드라마 ‘남자친구’(tvN) 10회 엔딩 중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이 호텔 발코니에서 진한 입맞춤을 나누자 봇물 터지듯 글이 쏟아졌다. ‘TALK’(네이버), ‘TV톡’(다음) 등 포털에 마련돼 있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었다.
TV 앞에 앉아 두런두런 드라마 감상을 주고받던 안방이 사라진 자리에 이른바 ‘토크방’이 들어섰다. 과거 블로그나 카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왔을 법한 글들은 이제 포털에 드라마를 검색하면 나오는 토크방에서 공유된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드라마가 시작하면 댓글이 초 단위로 올라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간단한 응원과 연출·배우·극본을 칭찬하는 글들이 대부분인데, 다른 사람의 반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발한 댓글들은 보는 즐거움을 키운다. “토크 보는 재미를 알았다”는 네티즌이 있을 정도다. ‘남자친구’에서 김진혁이 차수현을 그리며 그가 준 넥타이를 만지면 “넥타이도 연기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손이 차갑다는 한 시청자의 말에 “수족냉증엔 (훈훈한) 남자친구가 특효약”이라며 드라마를 권하는 네티즌도 있다.
드라마를 알차게 즐기기 위한 정보 공유 플랫폼의 역할도 크다. 많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질이 상당하다. 드라마를 미처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엔딩을 요약해 올려주는 의리와 재방송 시간을 공지해주는 친절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 ‘SKY 캐슬’(JTBC) 등 미스터리가 짙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전문가로 변신해 심도 있는 추측을 올려준다.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줄거리와 다른 부분을 꼼꼼히 짚어주기도 한다.
눈에 띄는 건 이 공간이 ‘팬덤’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토크수는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때문에 댓글 달기 운동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해 종영한 대작 ‘미스터 션샤인’(tvN)은 네이버 상의 토크수가 95만을 넘었었고, 현재 방영중인 인기드라마들도 대부분 30만을 가뿐히 넘겼다. 이따금 드라마를 비판하는 글이나 기사가 올라오면 적극적인 반박이 이뤄지기도 한다.
토크방의 활성화는 포털이 가진 접근성과 시청자들의 욕구가 합쳐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온라인 카페나 팬덤이 활성화된 이유는 소통하고 모이려는 욕구가 매우 컸기 때문”이라며 “접근성이 뛰어난 포털은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뭉치는 데 최적화된 구조”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드라마가 시작되면… 토크방이 뜨거워진다
입력 2019-01-0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