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대립 부추기는 ‘유튜브 정치’

입력 2019-01-07 04:01
사진=알릴레오·TV홍카콜라 유튜브 캡처

‘유튜브 정치’가 뉴스를 잠식해가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첫회 조회수가 180만을 넘어섰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는 구독자가 21만명을 넘었다. 뉴스의 다양화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보는 방식 탓에 여론 양극화나 자극적 뉴스 범람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 이사장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초청해 남북 및 북·미 관계를 설명한 ‘알릴레오’ 1회는 6일 181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외교·안보라는 딱딱한 이슈, 별다른 편집이 없는 60분가량의 방송임에도 엄청난 흥행을 한 것이다.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46만명을 넘어섰다. 유 이사장은 7일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고칠레오’를 추가로 공개하고 자신의 정계복귀설을 반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홍 전 대표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TV홍카콜라를 언급하며 “쌍방향 수평적 민주주의 유튜브 시대”라고 극찬했다.

정치권에서 유튜브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여의도만의 현상은 아니다. 청와대도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을 ‘페이크 뉴스’라고 비난하며 중요 뉴스를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로 전달하고 있다.

정치권이 직접 나서는 ‘유튜브 뉴스 전성시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주류 언론이나 방송이 주도했던 시대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주류 방송에 대한 불만으로 보수 진영에서 시작한 것이 의외의 반응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실제 유튜브는 홍 전 대표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이 먼저 활용하고, 진보 진영이 후발주자로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뉴스의 그늘도 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입맛에 맞는 뉴스만 ‘편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유튜브나 팟캐스트는 찾아가서 듣는 뉴스다. 기본적으로 자기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다”며 “기존 지지층을 대상으로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확장성은 없고, 진영 대립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다른 의견과 공존해서 다듬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 입장만 강화되다보니 의견이 양극화된다”며 “각자 입장만 갖고 충돌하면 싸움만 있지 민주주의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뉴스에서 사실보다 ‘카타르시스’ 같은 정서적 쾌감을 찾는 현상도 짙어질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튜브 인기 채널을 보면 확실히 내용이 자극적이다. 팩트 중심의 재미없는 얘기는 홍보 효과가 없고 흥미도 떨어진다”며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의 경우 진보 진영을 향해 ‘괴벨스’ ‘북한 조선중앙TV 같은 좌파 유튜버’라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치에서 정당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당 안에서 여러 견해가 조율되고 종합되는 게 아니라 열성 지지층을 가진 특정 정치인의 시각이 여과 없이 전달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홍준표와 유시민이라는 개인이 부각될수록 각 정당은 약해질 수 있다”며 “권한은 강해지지만 정당만큼 개인이 책임성을 갖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