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또다시 최고 실적 경신이 가능하지만 실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의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 규제 확산,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규제 해제, 입국장 면세점 시범운영, 업체 포화에 따른 과당경쟁 등 안팎의 상황에 따라 업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업계 매출액은 약 19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매출이 약 17조3600억원이었고, 12월 매출까지 더하면 1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시장 성장이 예상되지만 업계는 마냥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업계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전자상무법을 시행하기 시작한 게 국내 면세업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꼽힌다. 국내 면세점업계의 ‘큰손’인 다이궁의 구매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자상무법을 시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파는 다이궁들도 허가를 얻어 거래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비용 부담 탓에 소규모 다이궁들의 폐업이 예상되면서 국내 면세업계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면세점을 찾는 다이궁이 줄어들긴 했지만 심각하다고 볼 정도까지는 아니다”면서도 “다이궁들도, 업계도 규제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방한이 금지돼온 ‘유커의 귀환’ 여부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커들 방한이 재개되면 면세점업계를 유커가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다이궁은 높은 수수료를 받아가 실제 수익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유커가 대거 돌아온다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다소 복잡하다. 오는 6월부터 18년 만에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이 문을 연다. 입국장 면세점은 주로 내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출국장 면세점 매출이 감소하면서 공항 면세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이와 함께 국내 면세점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돼 시장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단일 매장으로는 처음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월드타워점은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2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동화면세점 SM면세점 등 중소 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고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요동치는 면세점 업계… 올해는 다이궁 규제 등 시험대
입력 2019-01-06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