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둘러싼 설 난무…, 재입국설, 5개국 정보기관 개입설

입력 2019-01-07 04:02
지난해 11월 종적을 감춘 조성길(오른쪽 두 번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가 현직에 있을 때인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 문화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전 대사대리는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2개월 동안 행적이 묘연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의 행방을 두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제3국으로 도피했다 이탈리아로 다시 은밀히 돌아왔다는 설부터 이미 미국 또는 영국에 망명했다는 설, 잠적 과정에서 5개국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설, 북한 특수요원이 체포에 실패했다는 얘기까지 현지 언론에선 여러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조성길이 지난해 11월 제3국으로 도피한 뒤 최근 이탈리아에 재입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조성길의 잠적 사실을 통보받은 정보 당국이 제3국에 은신해 있던 그를 찾아내 다시 이탈리아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가 도피했던 제3국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조성길은 이탈리아 정보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해외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의 원활한 재입국을 위해 미국과 이탈리아 정보 당국이 긴밀히 공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성길의 최종 망명지는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리에레델라셀라는 “조성길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미국 등에 넘겨 보상을 받은 뒤 신분세탁을 거쳐 이탈리아에 남는 것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그 이유로 그가 2006~2009년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덕에 현지 언어에 능통하다는 점을 들었다.

조성길이 이미 미국이나 영국으로 입국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간지 일메사제로는 “이탈리아 정보 당국이 조성길을 보호하고 있다가 미국 측에 넘겼을 것”이라면서도 “그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보안이 철저한 영국으로 갔을 수도 있다”고 썼다. 앞서 라레푸블리카는 “조성길이 북한대사관 이탈 직후 이탈리아 정보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지금은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조성길의 공관 이탈 및 잠적과 관련한 조사에는 미국 이탈리아 영국(또는 독일) 한국 북한 등 총 5개국 정보기관이 개입하고 있다는 설도 제기됐다. 조성길이 도피와 입국을 반복하거나 영국 등 예상 외 국가에 망명을 신청했다면 그의 신병을 처리하는 정보 당국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성길의 잠적을 알아챈 북한 당국이 그를 잡기 위해 특수요원들을 로마로 급파했으나 체포에 실패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조 대사대리가 평양에 송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발렌티노 페린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얼마 전 만난 조성길 후임자들이 그가 평양에 돌아갔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