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을 들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사진)의 필리핀 수출이 결국 무산됐다. 필리핀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수리온 대신 미국산 블랙호크(UH-60)를 구매키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APT) 사업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악재를 또 맞은 한국 방산업계의 수출 판로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6일 “지난달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필리핀 정부가 미국산 헬기를 구매키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수출 무산은 미국 측 ‘저가 입찰’ 전략에다 지난해 7월 마린온 추락사고까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수리온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마린온 추락 사고가 일부 부품 결함 때문이었으며 헬기 기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을 필리핀 측에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 막판까지 필리핀 정부에 추가 옵션을 제안했지만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인수된 시코스키사에서 만든 UH-60에 결국 밀리게 됐다. 정부 소식통은 “구체적인 계약 사항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필리핀 정부는 UH-60 16대를 상당히 싼 가격에 내놓은 파격적인 미측 제안에 설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연병장에 수리온을 세워 놓고 당시 방한 중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탑승해 보도록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실제 헬기 시동을 직접 걸어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 이후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에게 수리온 구매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두테르테 대통령도 탑승했던 수리온, 미 블랙호크 벽에 막혔다
입력 2019-01-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