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김앤장이 작성한 ‘양승태 독대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김앤장 측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향후 절차를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 등과 논의한 결과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물증을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당시 김앤장은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 기업의 변호를 맡고 있었다. 검찰은 오는 11일 양 전 원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법원행정처, 대법원 측과 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김앤장 내부 기밀 문건을 최근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김앤장 소속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한상호 변호사,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2015~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수차례 접촉해 파악한 징용 소송 논의 내용이 적혀 있다. ‘김앤장의 정부 의견 요청서 제출’ ‘법정 조언자 제도를 활용한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 ‘대법원의 해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등 대법원, 외교부, 김앤장이 수립한 시나리오가 문건 내용의 골자다.
특히 이 문건에는 한 변호사가 2015~2016년 양 전 원장과 세 차례 이상 독대한 내용도 언급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얘기가 끝났다’는 식이다. 양 전 원장은 당시 한 변호사를 만나 징용 소송 지연 방안 및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체적인 문서 작성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유 전 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용덕·차한성 전 대법관 등을 잇따라 소환해 보강 조사를 벌였다.
김앤장 문건은 양 전 원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주요 증거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간 양 전 원장을 독대한 한 변호사의 진술 증거만 확보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양 전 원장이 징용 소송에 직접 개입한 뚜렷한 물적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양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결정한 배경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이 확정된 뒤 양 전 원장 소환조사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양 전 원장의 의중을 포함한 소송 정보를 외교부에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9월 양 전 원장으로부터 ‘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이라는 언질을 받은 뒤 이를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 등에게 전달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 전 차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법원도 양 전 원장의 행위가 죄가 안 된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양승태-김앤장 독대 문건 나왔다
입력 2019-01-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