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집값 잡기 ‘시즌 2’가 시작됐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 든 데 이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에 착수했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고가주택, 집값 급등지역이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일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늘게 된다. 세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하락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산정 중인 표준주택 공시가격 관련 의견청취를 7일까지 마무리하고, 오는 25일 최종 공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의 단독주택 가운데 대표성이 있는 20여만 가구를 추려내 산정한 가격이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인근 단독주택의 개별 공시가격을 다시 매긴다.
그동안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50~55% 수준에 그친다. 부동산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긴다는 걸 고려하면 그만큼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을 낮춰주는 장치로 작동했던 셈이다. 주택 종류에 따라 세 부담이 공정하지 않다는 ‘형평성’ 논란도 안고 있다.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70% 안팎이다.
단독주택간 격차도 존재한다. 2016년 64억5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급 단독주택을 보면 당시 공시가격이 16억원이었다.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시기 1억1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억4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95%에 달했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편차가 커 조세형평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해 정부는 저평가된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세반영률이 낮은 고가 주택 등이 대상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논현역 인근 5층짜리 주상용 건물의 경우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1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6억6900만원에서 약 60% 올랐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소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는 공시가격이 무려 3배까지 오르는 고가 주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시가격에 칼을 들이대면서 일부 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종부세율 자체를 인상키로 한 데 이어 과세표준을 산출하는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까지 올리면서 보유세 인상요인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혜택에서 배제되는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거주용이 아닌 집은 내놓으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놓고 주택 보유자 사이에서 이의 제기도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공시가격 산정 개입이 월권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의 유형·지역·가격대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국토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가격이 급등하고 공시가격이 시세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에 대해서는 최대한 가격상승분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일부 공동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도 ‘현실화 작업’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의 경우 단독주택에 비해 시세반영률이 높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공시가격이 대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오는 4월 30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시한다.
국토부는 주택과 별개로 전국 50만 필지를 대상으로 표준지 공시가격 산정도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인근 업무용 토지의 올해 공시가격은 ㎡당 5010만원으로 예정됐다. 지난해 4240만원보다 770만원 올랐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의견청취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2월 13일 최종 공시될 예정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집값 잡기 ‘시즌2’ 시작… 정부, 시세 50% 수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입력 2019-01-0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