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고 진입장벽 낮아… 너도나도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

입력 2019-01-06 19:40 수정 2019-01-06 19:42
모델이 경기도 고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고양 행신2점에서 간편식 전문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과 HMR 제품을 중점 배치한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재편됐다. 홈플러스 제공
사진은 올반 제품들. 신세계푸드는 한식뷔페 올반을 2016년 10월부터 식품 통합브랜드로 확장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성장 정체기에 빠진 유통가에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 구원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업계나 외식업계뿐 아니라 유통업계도 HM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HMR 시장은 향후 5년 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식품업계는 지난해 HMR 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HMR 범주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 추정치는 달라진다. 라면과 같은 기존 제품군을 제외하고 냉장·냉동식품 위주로 계산했을 때 나온 수치다. 업계에서는 2023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 등 소비자층 변화가 HMR 시장 성장에 더욱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HMR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10조원이다. 이 중 HMR을 포함한 식품 부문에서만 5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CJ제일제당의 매출 급성장은 ‘비비고’ ‘고메’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HMR 시장을 주도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푸드, 동원 F&B, 오뚜기 등도 HMR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 제조보다는 유통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HMR 부문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업태들의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HMR은 도약이 가능한 분야라는 인식에서다. 롯데그룹은 식품 부문을 미래 성장 먹거리로 분류하고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를 식품BU장으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육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김천공장에 93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그룹은 피코크, 올반, 노브랜드 등 PB 브랜드를 대거 확대하며 HMR 시장 점유율 제고를 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갤러리아백화점 등 고품격을 지향하는 백화점 업체들도 HMR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제 막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프리미엄 HMR 분야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HMR은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혀 무관한 업종의 기업도 뛰어드는 데 무리가 없다”며 “어떤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HMR을 강화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빕스, 계절밥상 등 외식업 비중을 줄이고 HMR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투고(To-Go)’ 제품들을 키워 프리미엄 HMR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누구에게나 성공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수록 아이디어만으로 상품성을 키우긴 어렵다”며 “맛과 품질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