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업 PMI 추락… “경기 본격 둔화 시작”

입력 2019-01-07 04:02
사진=AP뉴시스

“하락세가 걱정스럽다. 아시아의 수출 기업들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새해에 잇따라 발표된 중국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확인한 뒤 이렇게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수치는 49.4, 민간 조사기관인 차이신은 49.7이었다. 호황과 불황 국면을 가늠하는 PMI의 기준은 50.0이다.

중국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떨어지기는 1년여 만이다. 다른 달도 아닌 12월의 수치가 여전한 하락세였다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바라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수요 후퇴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적 이슈가 됐지만, 하반기에 양국 정상이 만나 ‘휴전’ 신호를 보냈었다. 더구나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 연휴를 앞둔 때였다.

결국 중국 경제가 6%대 성장률을 밑도는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더 커졌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CEBM그룹의 젱셍 종 거시경제 담당 이사는 “중국 경제가 더욱 큰 하방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게 분명한 ‘중국의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카프리 연구원은 “매체의 보도를 막는 정치적 환경 아래에서 수치는 보고된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해는 대외 여건에 큰 영향을 받는 한 해가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하는 한국은행의 보고서에서도 중국 경제의 앞날은 낙관적이지 못하게 그려졌다. 한은은 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성장의 하방압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중 중국 수출과 산업생산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됐고, 소비심리 악화로 승용차, 가전제품 등 주요 내구재의 수요도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중국 정부가 경기 방어를 위해 조세 감면, 지출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중립’이 아닌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지급준비율을 내려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라는 리스크에 대응한 대책인데, 이 대책이 또 다른 리스크를 부른다는 건 웃지 못할 일이다. 바로 ‘그림자 금융’이다. 한은은 “일련의 경기대응책으로 기업부채 누증, 그림자 금융 문제점의 재점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하방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투자증권 정희성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PMI가 50을 하회한 것은 경기 둔화의 본격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보다 경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경기 하강속도가 완만해지길 기다려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