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시달리는 병 ‘건선’, 치료 만족도 세계 최하위

입력 2019-01-08 04:02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사진)은 한번 걸리면 평생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환자를 괴롭히기 때문에 ‘죽지 못해 사는 병’으로 불린다. 얼굴이나 무릎 팔꿈치 엉덩이 두피 등의 피부가 얼룩덜룩해지며 비늘 같은 각질(인설)이 하얗게 일어난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해 환자들의 사회생활에 애로가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선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한 글로벌제약사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26개국 건선 환자 2361명을 조사한 결과다. 전세계 건선 환자의 64%가 현재 치료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한국은 35%에 불과해 체코(44%)와 포르투갈(39%)에 이어 가장 낮았다.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사우디아라비아(95%) 루마니아(91%) 벨기에(86%)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건선환자는 약 15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약 15%(23만여명)에 불과하다. 2017년 6월부터 건선이 희귀질환처럼 산정특례(건강보험 본인부담 10%)대상에 포함돼 치료 환경이 다소 나아졌지만 다수의 환자들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환자의 경우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전문적 치료 보다는 근거없는 속설이나 민간요법을 시도했다가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이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다.

특히 건선 병변의 면적이 커지는 ‘중등도-중증’ 환자가 문제다. 조사결과 치료 만족도는 중증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중증 건선에 효과적인 생물학적제제(건선의 원인이 되는 T면역세포 조절 치료제) 사용 등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물학적 치료제의 값이 비싸 환자 접근성이 떨어졌던 점은 산정특례 지정으로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산정특례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치료 장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은 기존 치료에 실패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유럽국가의 경우 건선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 평가해 지원이 이뤄진다. 중앙보훈병원 피부과 주민숙 부장은 7일 “산정특례 기준에 건선 환자 삶의 질 부분이 고려되지 않는 점은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제제는 7개다. 최근엔 건선 면적과 중증도 회복률이 100%에 달하는 치료제도 나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