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당시 의사결정권자였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김 전 부총리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조원 바이백(국채 조기상환)’ 취소가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바이백 취소는 신규 국채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사들이는 ‘빚내서 빚 갚기’로 국가채무비율과는 연관이 없었다는 반박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당시 결론적으로 8조7000억원의 추가 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신 전 사무관이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분만 강조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다만 김 전 부총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신 전 사무관의 극단적 시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신 전 사무관 또래의 아들이 있었다”며 “자식을 먼저 보낸 남은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김 전 부총리는 2013년 28세였던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1조원 바이백이 국가채무비율에 영향을 줬다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다. 보통은 조기상환을 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 바이백을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 본부장의 말처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두 가지 사건을 나눠서 봐야 한다. 8조7000억원 적자국채 발행과 1조원 바이백 취소가 그것이다.
국가채무비율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적자국채다. 바이백 취소는 간접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2017년 11월 정부의 국채 미발행 물량은 8조7000억원이었다. 국채를 더 발행하면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진다. 청와대가 채무비율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
반면 바이백 취소는 국가채무비율을 건드리지 않았다. 바이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서 만기 도래할 국채를 갚는 바이백, 여유 재원으로 아예 빚을 갚는 바이백이 있다. 정부가 취소한 바이백은 ‘빚을 내 빚 갚기’였다.
그렇다면 왜 바이백을 취소했을까. 기재부는 국채 추가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바이백은 1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뒤 다시 비슷한 규모를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시장에 풀릴 국채 물량과 국가채무비율에 변동이 없지만, 어쨌든 1조원의 국채를 발행하고 회수해야 했다. 만약 8조7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결정되면 그해 12월 한꺼번에 수조원의 국채를 쏟아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물량 조절을 위해 일단 바이백을 취소한 것이다.
기재부는 추가 국채 발행 취소를 결정한 뒤 11월에 예정됐던 3차 바이백, 12월의 5000억원 바이백을 정상 진행했다. 모두 ‘빚내서 빚 갚기’였다. 초과 세수로 국채를 조기상환하는 다른 형태의 바이백은 지난해 12월에서야 4조원 규모로 이뤄졌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신재민 폭로에 입 연 김동연 “전체를 봐야 하는 입장 생각해 주길”
입력 2019-01-03 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