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외쳐온 정부·여당, 신재민 폭로에 당혹

입력 2019-01-04 04:00
사진=이병주 기자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정무위·기재위 소속 의원 긴급회의에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재철 의원. 뉴시스
신재민(사진)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정국에서 정부·여당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하고 여당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망둥이’ ‘풋내기’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 전 사무관을 비난하는 모습은 과거 여권이 공익제보자를 옹호하고 보호 강화를 약속한 것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한목소리로 “공익제보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이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일 신 전 사무관의 전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공익제보로 가장한 정치적 주장이 되풀이됐지만 새로울 것이 없었다”며 “3년차 사무관의 무모한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변인은 야당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소집 요구에 대해서도 “풋내기 사무관의 방자한 행동에 또다시 춤추려 하는 꼴”이라며 일축했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김정우 의원도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놓고 전체를 안다는 식의 어리석음을 보여줬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신 전 사무관의 최초 폭로 이후 그 내용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나 설명보다는 신 전 사무관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많이 쏟아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연결지어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손혜원 의원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몸값 올리려고 나선 것” “의인(義人)인 척 위장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신 전 사무관 자살 소동이 일자 글을 삭제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 영상 중 “영상을 찍는 이유? 먹고살려고”라고 말하는 부분만 짜깁기해 반복 재생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불리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메시지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메신저 공격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신 전 사무관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2010년)과 정윤회 게이트(2014년)가 발생했을 때 관련 내부고발자들을 적극 엄호하며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도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가 포함됐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야권은 “결국 정권 입맛에 달면 ‘공익신고자’이고, 쓰면 ‘공무상 비밀누설자’인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것이 ‘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되더라도 공익신고자의 경우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 14조를 위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는 “공익제보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제보를 하는 사람”이라며 “결과나 의도가 불순했는지 여부는 나중에 가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정무위·기재위 소속 의원 긴급회의를 소집해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2017년 적자 국채 발행에 관여한 인사들을 국고손실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종선 심희정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