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가 안 되려면 방법이 없어요. 가족 같은 직원을 내보내는 수밖에요.”
서울 중구와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40대 A씨는 지난해 10월 아르바이트생 4명을 일찌감치 내보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주휴수당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2명만 두고 있다. A씨는 “대신 부인이 편의점 일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아르바이트생을 인터뷰한 결과 양측 모두 지난해보다 10.9% 오른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포함시킨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고용인은 인건비 부담을, 피고용인은 근무시간 단축이나 해고 우려를 호소했다. 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갑작스레 직원·아르바이트생 숫자를 줄일 경우 업무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질 것이 뻔해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38년째 복요리 전문점을 하고 있는 B씨(60)는 ‘인건비가 크게 올라 직원들을 줄일 수 있겠다’는 질문에 “힘들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음식 만들고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이 바뀌면 그 맛과 질이 떨어져 손님들이 대번에 안다”며 “임금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자를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육개장·수육으로 유명한 음식점 사장 C씨(53)도 직원 13명 중 한 사람도 내보낼 생각이 없다. C씨는 “나와 함께 2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이라며 “이 분들 없이 장사할 생각은 안 해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그나마 사정이 다른 곳보다 나은 편이라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형편이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 타격까지 받은 곳들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과 외식업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 30% 정도다. 인건비 비중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커서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 편법인 ‘쪼개기 고용’에 눈을 돌리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점주 D씨는 3일 한숨을 쉬며 “‘쪼개기’도 생각하고 있지.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도 손해라 고민이야”라고 말했다. 쪼개기 고용은 주당 근무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게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명 고용하는 것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D씨는 “한 점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점포) 사정도 훤히 알고 서비스 정신도 좋다”며 “이런 직원에게 가게를 맡기는 것이 편해 쪼개기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콜’이 자영업자 240명을 상대로 ‘2019 최저임금 인상 영향’ 관련 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17.8%에 달했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도 임금이 올라 좋으면서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3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E씨는 “눈치는 약간 보이지만 최저임금이 올라 너무 좋다”며 “(점주로부터)아직까지는 쪼개기를 하자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2)씨는 “아직까지는 ‘쪼개기를 하자’ ‘그만두라’는 말은 없었는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잘리면 아르바이트를 또 구해야 하는데 요즘은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이 이전보다 어려워 걱정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글·사진=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15시간 쪼개기, 점주 “이젠 내보낼 수밖에” 점원 “언제 잘릴지 몰라”
입력 2019-01-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