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2년 동안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견제장치 없이 마음껏 권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의회가 새로 출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시절도 끝나게 됐다. 민주당은 러시아 대선 개입과 세금 탈루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 공세의 선봉에는 낸시 펠로시 신임 하원의장이 나선다.
미국 116대 의회는 3일(현지시간) 개원하고 2년간의 회기를 시작한다. 이날 펠로시 현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는 다수당이 의장직을 맡는 의회 관례에 따른 것이다. 펠로시 대표가 하원의장직을 맡는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07~2011년 이후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취임 전은 물론 이후에도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취임 초기에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해 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장악한 새 의회가 개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보호막을 잃게 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딸 이방카 등 가족들의 영리사업, 러시아 대선 개입, 우주군 창설 등 무려 90개에 달하는 의혹을 두고 소환장 발부를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는 의회 개원 하루 전인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임기 중에 태평한 날은 오늘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는 ‘여걸’로 잘 알려진 펠로시 대표다. 펠로시 대표는 첫 하원의장직을 수행하던 시기 여성 리더십을 갖춘 유능한 입법가로 명성을 쌓았다. 펠로시 대표는 2007년 하원의장 취임 당시 자신의 손자, 손녀 등 어린이 20여명을 초청해 함께 의장석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펠로시 대표는 미 역사상 전례 없는 ‘악당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상대하기 위해 옛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이번 회기에 ‘검투사’로 나선다. 펠로시 대표는 중간선거 직전인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갑옷을 갖춰 입고 아침 대신 쇠못을 씹어먹을 것”이라며 “나는 주먹을 어떻게 휘두를지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펠로시 대표의 딸 알렉산드라 펠로시는 CNN 인터뷰에서 “내 어머니가 당신의 목을 자른다면 당신은 피를 흘렸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당하고 말 것”이라며 “어머니는 끈질긴 사람이다. 누구도 그와 상대해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때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군에 들었던 마크 메도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펠로시 대표는 노련한 적수다. 전체 민주당 의원들을 통제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펠로시 대표는 새 의회 출범 전날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2일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갈등에 따른 연방정부 일시중단(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해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거두지 못했다. 펠로시 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3일 국경장벽 예산을 제외한 예산안을 표결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다시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측은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대표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안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가? 국경장벽에 단 한 푼도 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 의회 출범과 함께 미국의 한반도 및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하원 외교·군사위원회도 새롭게 짜여졌다.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원의 외교위원장은 친트럼프 성향 제임스 리시 의원이 새로 취임한다. 상원 군사위원장은 지난해 8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 별세하면서 자리를 이어받은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이 연임한다. 하원은 외교·군사위원장 모두 민주당에 넘어갔다. 외교위는 엘리엇 엥걸 의원, 군사위는 애덤 스미스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럼프 호시절 끝”… 진격의 펠로시, 소환장 공세 벼른다
입력 2019-01-03 19:18 수정 2019-01-0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