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조원 바이백(국채 조기상환)’ 취소가 국가채무비율에 미친 영향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반박이 잇따른다. 2017년 취소된 바이백은 신규 국채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사들이는 ‘빚내서 빚 갚기’로 국가채무비율과 연관이 없다는 지적이다. 바이백 취소가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정부가 1조원의 빚 갚을 기회를 없앴다는 해석은 틀리다.
차현진(사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3일 페이스북에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다. 보통은 조기상환을 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 바이백을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 본부장의 말처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두 가지 사건을 나눠서 봐야 한다. 8조7000억원 적자국채 발행과 1조원 바이백 취소가 그것이다.
국가채무비율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적자국채다. 바이백 취소는 간접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2017년 11월 정부의 국채 미발행 물량은 8조7000억원이었다. 국채를 더 발행하면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진다. 청와대가 채무비율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
반면 바이백 취소는 국가채무비율을 건드리지 않았다. 바이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서 만기 도래할 국채를 갚는 바이백, 여유 재원으로 아예 빚을 갚는 바이백이 있다.
정부가 취소한 바이백은 ‘빚을 내 빚 갚기’였다. 차 본부장이 “정부가 바이백을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채권거래자들이 묵은 김치(오래된 국채)보다 새 김치(새 국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그렇다면 왜 바이백을 취소했을까. 물량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채 추가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바이백은 1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뒤 다시 비슷한 규모를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시장에 풀릴 국채 물량과 국가채무비율에 변동이 없지만, 어쨌든 1조원의 국채를 발행하고 회수해야 했다. 만약 8조7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결정되면 그해 12월 한꺼번에 수조원의 국채를 쏟아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물량 조절을 위해 일단 바이백을 취소한 것이다.
기재부는 추가 국채 발행 취소를 결정한 뒤 11월에 예정됐던 3차 바이백, 12월의 5000억원 바이백을 정상 진행했다. 모두 ‘빚내서 빚 갚기’였다. 초과 세수로 국채를 조기상환하는 다른 형태의 바이백은 지난해 12월에서야 4조원 규모로 이뤄졌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한은 간부 “바이백은 국가채무비율과 무관” 신재민 폭로 반박
입력 2019-01-03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