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불안하다. 은퇴를 앞둔 나이인데도 절반 이상이 노후에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적정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50대가 생각하는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월 279만원이다. 하지만 은퇴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높은 눈높이’에 비해 ‘경제적 준비’는 부족하다. 50대 이후 연령대의 은퇴 시기는 희망보다 10년 이상 일찍 찾아왔다.
노후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도 제구실을 못한다. 가입자 10명 가운데 3명은 중도해지나 환매를 한 경험이 있다. 주로 자녀 결혼비용이나 사교육비 등으로 목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일 연령별 은퇴준비 상황을 분석한 ‘2018 KB골든라이프보고서’를 발간했다.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74세 이하의 금융 의사결정자(가구주 등) 3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은퇴 희망 나이는 늦춰졌다. 20대부터 50대까지는 “60대 초·중반에 은퇴하고 싶다”고 답했다. 60대와 70대는 각각 69.9세, 76.0세에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실제 은퇴 시기는 이보다 빨랐다. 50대의 은퇴 희망 연령은 64.7세지만 은퇴 시기는 47.5세였다.
희망과 현실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제대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경우 53.7%가 “노후 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40대(51.9%)보다 높은 비율이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적정 생활비 금액을 70% 이상 마련했느냐는 물음에는 50대의 10명 가운데 4명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적정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생활비 감소·절약’(60.4%)이나 ‘추가 소득활동’(54.5%)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20~70대의 적정 생활비 평균은 월 263만원이었다. 60대는 “적정 생활비를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답변이 60%에 육박했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생활비는 월 239만원으로 50대보다 40만원 낮았다.
은퇴 전에 각 가구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평균 8920만원으로 집계됐다. 예·적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안정형 상품’이 56.4%를 차지했다. 은퇴 전 가구의 55.1%는 세제 적격 개인연금 등에 가입했다. ‘노후자금 마련’(54.3%) ‘세액공제 혜택’(32.6%) 등이 이유다.
그러나 개인연금을 중도해지나 환매한 비율이 29.0%나 됐다. 주로 ‘목돈 마련’(22.0%) ‘생활비 충당’(20.0%) ‘낮은 수익률’(19.2%) 때문이었다. 목돈 지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항목은 자녀 결혼 등 ‘경조사비’였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은 “국내 가구의 총자산 중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해서 은퇴설계 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의 노후 준비 상황을 통합적으로 진단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6.2%나 된다. 65세에 은퇴하는 순자산 상위 40% 이상의 가구는 최소 생활비(월 184만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초·국민연금과 주택연금, 금융자산에서 최소 생활비 이상의 소득이 나온다. 이와 달리 순자산 중위그룹은 최소 생활비에서 월 45만원이 부족하다. 하위그룹은 65세 이후에도 근로활동을 통해 상당 금액의 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은퇴 앞둔 50대 절반, “적정 생활비 279만원 마련 못했다”
입력 2019-01-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