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이 임기를 만 1년도 채우지 않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2월 1일 업무를 시작했다.
안 처장은 “심신이 지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와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다른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처장은 3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법관은 재판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 재판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장으로 근무한) 지난 1년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법원 인사 등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중에 임명한다.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 정도 근무하는 것이 관례다.
그는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전후 건강상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으로 더 무리가 되는 상황이 되자 김 대법원장이 사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국회에서 사법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고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마무리도 임박한 시기에 ‘중도 하차’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대법원 차원의 3차 조사인 특별조사단을 맡아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김 대법원장은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됐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이제 곧 인사철인데 인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처장이 그만둔다는 게 이상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 “특조단과 수사 과정 등에서 김 대법원장과 안 처장 입장차는 계속 드러났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처장은 그러나 “김 대법원장과 세부적 의견 차이로 인해서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4일 안 처장의 후임으로 조재연 대법관을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법관은 1982년 임관해 93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2017년 7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이 됐다.
안대용 이가현 기자 dandy@kmib.co.kr
임기를 만 1년도 안채우고… 안철상 처장 이례적 사의, 왜?
입력 2019-01-0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