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인류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해온 미지의 영역에 인간이 만든 기기가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3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창어 4호는 이날 오전 11시26분(한국시간) 달 뒷면의 동경 177.6도, 남위 45.5도 지점인 남극 근처에 착륙했다. 지난달 8일 중국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26일 만이다.
창어 4호는 달 뒷면 남극 근처 에이트켄 분지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착륙하면서 찍은 사진을 통신 중계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통해 보내왔다. 앞서 중국은 2013년 달 앞면에 창어 3호를 착륙시켰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 최초로 달 전면과 뒷면에 모두 착륙한 기록을 갖게 됐다.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 총설계사 우웨이런은 “우리가 예상했던 달 뒷면 지점에 정확하게 착륙했다”며 “성공적인 착륙은 우주 강국을 만드는 데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달의 뒷면은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1959년 10월 구 소련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달 궤도에서 카메라로 달 뒷면을 처음으로 찍었고, 69년 닐 암스트롱이 미국 아폴로 11호를 타고 착륙했지만 그곳은 달의 앞면이었다.
그동안 착륙선이 달 뒷면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구와 교신이 끊어지기 때문에 달 뒷면은 정복이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중국은 지난 5월 통신 중계위성 ‘췌차오’를 달 뒷면과 지구가 동시에 보이는 곳에 쏘아 올려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또 달의 뒷면은 앞면보다 운석 충돌구가 훨씬 많고 지형이 복잡해 탐사선 착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창어 4호는 수직 착륙으로 돌출 지형 충돌 문제를 해결했다.
창어 4호에 실려 있는 무인로봇 탐사차(로버)는 달의 지형 관측과 토양·광물 분석, 천문 관측, 중성자방사선 탐지, 저주파전파 관측 임무 등을 수행한다. 탐사선이 착륙한 곳은 폭 186㎞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다. 운석 충돌 당시 충격으로 외부로 나온 달의 내부물질 연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창어 4호에는 감자와 애기장대 씨앗, 누에 알 등이 실려 있어 달 표면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실험도 하게 된다. 중국은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에서 쌀과 애기장대를 재배해본 적이 있지만,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에서는 처음이다. 달에는 대기가 없고 중력이 낮은데다 기온이 영하 100도에서 영상 100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영양분을 어떻게 조절해 생명체를 키울지 주목된다.
우주기술 분야의 후발주자인 중국이 달 뒷면에 먼저 착륙한 것은 우주기술 분야 최강국이 되겠다는 ‘우주굴기’의 첫 성과로 평가된다. 창어 4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주멍화 마카오대 교수는 “달 뒷면 착륙은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인이 감히 시도 못 한 일을 우리 중국인이 해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3년에야 첫 유인우주선을 발사했지만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37개의 로켓을 쏘아 올릴 정도로 발전했다. 중국이 ‘우주 엘리트 국가’가 된 것은 국가적 자부심과 공산당의 일관된 지도력 덕분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중국은 내년 창어 5호, 6호를 잇따라 달에 보내 달 토양을 채집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2025년 달에 무인 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에 이 기지에 우주인을 상주시킬 계획이다. 중국은 내년 7월에는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겠다는 계획도 지난해 공개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달의 비밀에 닿은 ‘달의 여신’… 中 우주굴기 과시
입력 2019-01-03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