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금융시장을 덮쳤다. 제조업 경기지표 부진에 이어 애플의 매출 감소 원인으로도 중화권이 지목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2000선을 내주며 2년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올해 ‘하방 지지선’으로 전망한 1900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1% 하락한 1993.70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9일(1996.05) 이후 두 달여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종가기준으로는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최저치다. 기관이 168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도 1.85% 하락한 657.02에 거래를 마쳤다. 해가 바뀐 후 이틀 연속 하락세다. 원·달러 환율도 8.7원 오른 1127.7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진원지는 중국이다. 전날 발표된 12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9.7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지수가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아래로 떨어진 건 201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나온 공식 제조업 PMI도 49.4로 기준선을 밑돈 터라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애플이 기름을 부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애초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5∼9%를 낮춰 잡은 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의 배경으로 중화권을 지목하며 “중국 등 중화권 경제 감속의 규모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도 시장을 억누른다.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막이 오를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9~10월은 매크로(거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던 국면이었다면 지난달부터는 심리보다는 펀더멘털 약화가 주가 조정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가 실적 발표 시즌 이후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 방어정책이 시장에 기대감으로 작용할 때까지 ‘차이나 쇼크’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고용창출과 자산가격 지지로 ‘안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애플 차이나 쇼크’에… 코스피 2000선 붕괴
입력 2019-01-03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