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지배 축구’, 59년 만에 아시아를 지배하라

입력 2019-01-03 19:17
황의조(왼쪽 두 번째)가 지난해 12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크리켓필드에서 열린 남자 축구대표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토트넘의 손흥민이 같은 달 27일 열린 본머스전에서 팀의 5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제17회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이 6일(한국시간) 개최국 UAE와 바레인의 경기로 막을 올린다. 조별리그 C조에 속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 필리핀과의 1차전을 시작으로 59년 만의 우승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첫 상대인 필리핀(116위)은 지난해 말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했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선임하며 축구를 발전시키려는 야심을 내비쳤다. 에릭손 감독은 1일 중동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조 편성이지만, 목표는 조별예선 통과”라며 “중국과의 2차전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필리핀은 지난달 스즈키컵 4강전에서 베트남에 패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필리핀은 대회를 앞두고 에이스인 골키퍼 닐 에더리지가 대표팀에서 빠지며 전력에 타격을 입었다. 에더리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카디프 시티 주전 골키퍼다. 에더리지는 “EPL에서 매 경기 뛰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아쉽게도 시즌이 진행 중이라 출전이 어렵다”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12일 맞붙을 키르기스스탄(91위)은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아시안컵도 이번이 처음이다. 경력은 짧지만 패기는 다부지다. 공격수 미를란 무르자에프는 지난달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시안컵 예선을 통과한 강팀이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키르기스스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괴롭힌 경험도 있다. 당시 한국은 필드 플레이어 9명을 수비 진영에 포진시킨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손흥민의 결승 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간신히 이겼다. 이번에도 키르기스스탄은 밀집 수비를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16일 열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축구 굴기’를 천명한 중국(76위)이다.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지도 아래 아시안컵 제패를 꿈꾸지만, 기세는 다소 꺾인 상태다. 대회를 앞두고 중동·아시아권 팀과 가진 일곱 경기에서 1승 4무 2패에 그쳤다. 그러나 1984년과 2004년 결승에 올라 두 차례 준우승을 한 만큼 아시안컵에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중국은 2017년 한국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는 등 ‘공한증(恐韓症)’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비록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상대들이지만 대표팀은 방심하지 않고 전력 분석에 바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달 아시안컵 준비과정 강의에서 “경쟁 팀의 과거 경기 영상을 보며 득점·실점 루트를 파악하고 데이터로 정리한다. 작성한 보고서는 스태프 및 선수들과 공유해 대응법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3일 “각국이 최근 치른 평가전을 영상으로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에이스 손흥민 없이 조별리그를 치러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도 차출됐던 손흥민은 축구협회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합의에 따라 오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까지 소화한 후 팀에 합류한다. 1, 2차전은 뛸 수 없고 중국과의 3차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시차로 인한 피로를 극복하고 낯선 중동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미룬 일정이지만, 구단과 팬들에겐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는 손흥민의 차출이 탐탁지 않다. 손흥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참가로) 팀을 떠나게 돼 미안하다”면서도 “나의 공백은 슬픈 일이지만 조국을 위해 뛰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