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악명 높은 인터넷 검열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한층 강화됐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그에 따른 영향이나 파장도 크다.
중국에선 기업이 당국 검열에 걸릴 경우 존폐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내에선 당국 단속에 앞서 콘텐츠를 사전 검열해주는 이른바 ‘검열 공장(censorship factories)’이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사례로 든 비욘드소프트(Beyondsoft)는 베이징의 정보기술 업체다. 이 중 검열 비즈니스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검열 비즈니스는 미디어 업체, 온라인 업체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표현 등을 삭제하는 것이다. 양사오 비욘드소프트 인터넷서비스사업본부장은 “중국에서 작은 것이라도 놓치면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그러나 고객들의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매일 8억명 이상이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런 만큼 당국은 극단적인 검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비욘드소프트가 제공하는 콘텐츠 검열서비스 ‘레인보 실드’는 기본적인 민감한 단어 10만개, 관련 단어 300만개의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고, 해당 콘텐츠에 이 내용이 있으면 삭제 또는 수정한다. 이 중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어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다음에 포르노, 성매매, 도박, 흉기와 관련된 단어들도 많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등 다른 나라 언어도 해당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돼 검색이 금지된 단어들이 매년 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1년간 중국에서 새롭게 검색이 금지된 단어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 국가주석직의 3연임을 제한한 헌법을 개정하고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재선출된 이후 종신집권 논란이 일자 ‘헌법’ ‘개헌’ ‘시황제’ ‘종신제’ ‘개인숭배’ ‘황제의 꿈’ ‘왕좌에 오르다’ 등 단어가 들어간 콘텐츠들이 온라인에서 원천 차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로마자 알파벳 ‘n’도 한때 금지어가 됐다. ‘연임 n회’를 금지하는 과정에서 n 글자 자체가 금지어가 된 것이다. 시 주석 별명인 ‘곰돌이 푸’나 ‘만두’, 미래형 독재를 예측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동물농장’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은 이미 일찌감치 금지어에 올라 있다.
‘미투(Me Too)’ 관련 단어도 금지어다. 네티즌은 ‘미투’의 중국어 발음과 유사한 ‘미투(米兎·쌀토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했지만, 이 단어도 바로 차단됐다.
이 때문에 중국의 온라인 미디어 업체 상당수가 자체 콘텐츠 검열팀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 직원은 수천명에 달하기도 한다. 비욘드소프트 직원은 현재 4000명으로 2년 전 200명에서 20배 늘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열도 시작됐지만, 아직은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검열에 어려운 점도 존재한다. 검열을 담당하는 20대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인터넷 통제에 익숙해진 데다 정치에도 무관심한 탓에 민감한 콘텐츠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는 물론 현재 중국 고위층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욘드소프트는 신입 직원들이 민감한 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교육과 시험을 치르고 있다. 급여도 시험성적 순으로 지급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금지어 걸러드려요”… 中 검열 전문기업 떴다
입력 2019-01-03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