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6학년 교과서도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 이념 논쟁 우려

입력 2019-01-04 04:01

초등학교 3~6학년 수학·사회·과학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 체제로 전환된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발행이 전환 목적인데 중·고교 교과서에 이어 초등 교과서도 이념 논쟁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정부 입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정도서 심사 제도를 개선키로 했는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교육부는 3일 ‘교과용도서 다양화 및 자유발행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초등 3~6학년은 국어와 도덕의 경우 현행 국정교과서 체제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검정 방식으로 전환한다. 초등 3, 4학년의 경우 현재 국어 도덕 수학 사회 과학은 국정, 체육 음악 미술 영어는 검정이다. 2022년 3월부터 검정교과서에 수학 사회 과학이 추가된다. 초등 5, 6학년은 2023년 3월부터 수학 사회 과학을 검정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5, 6학년은 수학 사회 과학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실과를 검정교과서로 공부한다. 초등 1, 2학년은 6개 과목 모두 국정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검정교과서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저작권을 갖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심사한다.

교육부는 검정도서 심사 제도도 고치기로 했다. 우선 기초조사를 강화해 오류를 줄이기로 했다. 검정 심사 중에 심의진이 집필진에 할 수 있는 ‘수정 지시’는 ‘수정 권고’, 검정이 끝난 뒤 정부가 출판사에 하는 ‘수정 명령’은 ‘수정 요청’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집필진의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예컨대 검정을 통과한 검정교과서를 정부가 수정하고 싶으면 종전에는 수정 명령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수정 요청을 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나 저자가 정부의 수정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권 성향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고 이념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교육부 장관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행정 지침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현 정부에서 삭제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란 표현을 차기 정부가 부활시키고 싶으면 장관이 지침을 바꾸면 그만이다. 지난해 정부가 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을 들어내자 보수성향 사학자들은 “정권 바뀌면 보자”란 반응을 보였다.

고교 교과서 중 전문 교과(특목고 전공과목 등)에는 2020∼2021년 자유발행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자유발행제는 위헌 요소 검토 등 최소 기준을 갖추면 출판사가 교과서를 자유롭게 내는 제도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