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친서(great letter)를 받았다”면서 “우리는 아마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not too distant future) 두 번째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올해 처음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중 한 장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진정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친서는 김 위원장의 자필 편지가 아니라 인쇄된 것이었고 3장으로 구성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just)’이라고 표현했으나 정확히 언제 친서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재개됐다. 두 정상의 친서가 언론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친서 외교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친서를 흔들며 내놓은 발언을 유추하면 세 가지 의중이 감지된다.
먼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강력한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거론하며 이어 “그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하고, 나도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며 그것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나라를 위해 경제 발전을 이뤄내고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김 위원장)이 있다”면서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핵화 이후 경제 지원이라는 당근책을 또 꺼낸 것이다.
두 번째는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비판에 대한 ‘셀프 방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말고 다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아시아에서 거대한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방송 PBS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서두르지 않고 있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속도조절론’을 재차 언급했다. 또 “협상은 협상”이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되물었다.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몇 달에 한 번씩 공개하면서 이런 ‘친서 자랑’에 대한 피로감도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친서 외교를 ‘펜팔’에 빗대며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편지를 흔드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장기가 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미국에 보내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바로 앞에는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 문구와 트럼프 자신이 그려진 포스터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 포스터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에피소드 제목인 ‘겨울이 오고 있다’를 패러디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복원을 예고할 때 이미 공개된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포스터가 등장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백악관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복잡한 트럼프의 속내, 김정은 만나고는 싶은데, 비핵화 실적은 걱정
입력 2019-01-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