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만기친람’ 반발인가 공직사회 잇단 파열음

입력 2019-01-04 04:01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8개월간 공직사회 내부에서 파열음이 잇따라 새어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으로 윗선이 시끄럽더니 이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6급),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5급) 등 아래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청와대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직접 챙김)식 국정운영과 대대적인 공직사회 적폐 청산에 대한 반발로 이런 파열음이 생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수화된 관료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불신, 이에 따른 청와대와 부처 간 소통 문제로 제2, 제3의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각각 업무의 법적·절차적 정당성과 정책 운영의 정당성을 따지는 내용이다. 김 수사관은 적폐 청산을 내건 정부를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뒤흔들었다. 신 전 사무관은 가뜩이나 경제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사안 자체가 중대한 데다 모두 나름의 증거를 가지고 폭로를 이어가 개인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 수사관 문제에 대해선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청와대도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이명박·박근혜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체화된 기재부의 체질을 바꾸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정부 출범 반년 만에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졌고 김동연·장하성 갈등으로 확대되며 청와대와 기재부 간 전면전이 벌어졌다. 청와대의 적자성 국채 발행 시도를 비롯한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도 모두 이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는 폭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 부총리가 국채 발행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홍 전 수석은 “김 부총리와 다툰 기억이 없다. 아무런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청와대가 3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채 발행 계획은 이미 예산안에 포함된 것이어서 남은 발행 계획을 두고 빚을 갚을 건지 아니면 잉여금으로 남겨 내년에 쓸 건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겨우 이 문제를 가지고 기재부에 압력을 넣거나 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에 압력을 넣은 사람으로 지목한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도 “정책을 판단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경제정책비서관으로서 국채 발행에 대해 기재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이며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섣부른 국정운영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청와대는 정권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겠지만 공무원은 공직에 대한 사명감과 자존심이 있다”며 “국익과 반대되는 것을 지시한다고 생각한다면 요즘 세상엔 공무원이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민·김태우 건을 잘 처리하지 않고, 국정운영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면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적폐 청산 기준을 자기에게 더 강하게 적용하는 게 필요하며 각 부처의 인사, 조직 운영, 고유 업무에 있어서도 과거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