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지구촌 한센인 위해 헌신하는 국제의료봉사회 현옥철 대표

입력 2019-01-04 00:01
국제의료봉사회 현옥철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한센인을 위한 3D 프린터 의수, 의족 제작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한센병은 한때 천형(天刑)이라 불렸다. 손과 발 등 신체의 말단 부분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통각을 상실한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손과 발이 문드러진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한센병으로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거절과 배척이라는 정서적·사회적 고통까지 떠안아야 했다. 한국은 1991년 한센병 퇴치 국가로 전환되며 병은 자취를 감쳤다. 하지만 해외로 시야를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센인 이웃’들은 곳곳에 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한센인은 1600만명으로 추정된다. 환자 94%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탄자니아 남수단 등 13개국에 집중돼 있다.

국제의료봉사회 현옥철(58) 대표는 세계 한센인 이웃을 섬기고 있다. 중의사로 통증의학 전문가인 그는 2014년부터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바르구르라는 한센인 마을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예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국제의료봉사회 사무실에서 만난 현 대표는 “한센인을 만나면 손을 꼭 잡아주세요. 건강한 분이라면 신체 접촉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악수를 하는 그의 손은 따뜻했다.

현 대표가 인도 바르구르 마을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말까지 8차례. 이 마을은 한센병자들이 모여 사는 격리된 동네다.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360여명이 살고 있으며 44년 전 인도 정부가 조성했으나 환자 치료와 관리가 안 돼 한센인들과 그 가족들은 방치돼 있었다.

현 대표는 국내 단기봉사팀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환자들의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며 깨끗한 붕대로 감싸줬다. 현 대표의 치료는 간단하다. 상처 난 손과 발에 생리식염수를 묻혀 구석구석 닦아내고 살균소독제 연고인 포타딘을 듬뿍 바른다. 파스처럼 생긴 대형 소독거즈를 붙여 탄력 붕대로 탄탄하게 감으면 끝이다. 인도 남부의 폭염과 한센인들의 환부에서 풍기는 악취, 진한 약품 냄새만 참으면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5년 전에 비해 지금은 환자들의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그는 “한센병은 한센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감염질환이다. 항한센제 복합요법 등과 같은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면 완치가 가능한 일반적인 질병”이라며 “치료를 받지 못하던 그들의 상처가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치료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 삶을 개선하기 위해 힘썼다. 한센병 예방교육과 환경개선을 했고 한국교회와 NGO 단체의 도움을 받아 예배당과 집을 건축했다. 자립을 위한 수련회를 열었고 염소를 지원했다. 손과 발 일부를 소실한 환자를 위해선 입체(3D) 스캐너로 신체 궤적을 측정, 의족을 만들어 보냈다. 강남대와 함께 선교지 한센인들을 위한 ‘스마트 차트’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해 해외 한센인에 대한 지속적 관찰과 집중 치료가 가능하게 했다.

현 대표는 목회자이기도 하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사가 된 것은 한센인 치료의 최종 목적이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 대표에게 왜 한센인을 치료하느냐고 묻자 “한센인들이 2000년 동안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며 “한센병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진 죄성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이를 해결하려면 복음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센인을 위한 삶에 인생을 드린 계기는 중국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파산해 중국에 갔지만, 사업은 연이어 실패했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상락인애원 김상현 박사였다고 한다. 김 박사는 평생을 중국과 북한의 장애인, 한센인과 더불어 살았고 사람들은 “타스 예수”(저분이 예수야)라며 칭송했다. 현 대표는 김 박사의 삶과 섬김을 지켜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보았다고 했다. 이후 중의학을 공부했고 병든 자와 함께하시는 예수를 전하기로 결심했다.

국제의료봉사회는 3D 프린터와 스캐너를 통해 한센인을 위한 의수, 의족 보내기를 정례화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모금을 할 예정이다. 진료 버스인 ‘케어버스’ 프로젝트도 운용할 예정이다. 현 대표는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한센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