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의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공통 단어는 ‘혁신’

입력 2019-01-03 19:39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총재, 김병욱·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학 선임기자

매년 초 이뤄지는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올해에도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롯데호텔 앞은 각 금융회사의 고위 경영진이 타고 온 검은색 승용차들로 가득했다. 경제부총리, 국회 정무위원장, 금융 당국 수장, 중앙은행 총재도 속속 도착했다. 1100여명의 참석자들은 행사가 열리는 2층에서 악수와 덕담을 주고받았다.

경기 위축과 가계부채 문제를 맨 앞에서 바라봐온 이들이 모인 만큼 이날 신년인사회가 마냥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신년사를 하는 이들의 발언에서는 서민경제의 한숨이 조금씩 묻어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장에서는 아직도 금융의 문턱이 높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기술금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내부의 취약한 고리는 외부 여건이 안 좋아질 때 드러나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과 금융 전반에 걸친 위기의식과 조바심은 ‘혁신’이라는 말의 반복으로 드러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는 금융인 여러분과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기능을 보다 효율적, 혁신적으로 수행해 경제의 혁신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격려사를 할 때 “공통 단어가 혁신인 것 같다”고 짚을 정도였다.

금융인들의 합심을 촉구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건배사가 이어졌지만 행사는 오후 3시가 되기 전 사실상 마무리됐다. 행사장에 있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년보다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평했다. 행사 중에도 1층 호텔 출입구 앞에는 서로의 다음 행선지를 물으며 차량에 동승하려는 금융인이 많았다.

번호표를 확인해 퇴장자들의 겉옷을 챙겨주던 외투보관소 직원은 “30% 정도는 인사회가 끝나기 전에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정리하는 호텔 직원들은 마련한 다과에 참석자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