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논란 넘어 남북 윈윈 사업부터 우선 모색

입력 2019-01-04 04:01

남북 경제협력이 끊임없는 추진력을 얻으려면 국내 여론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퍼주기’ 등 경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 문재인정부가 그리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공감대 확대의 방법으로 ‘직접 지원 탈피’ ‘대북차관 회수’를 꼽는다. 남과 북 모드에 이익이 되는 협력 사업으로 물길을 돌리고, 상환을 전제로 빌려줬던 대북차관은 회수해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제거하라는 것이다.

‘북한 퍼주기’ 논쟁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현대그룹의 4억5000만 달러 대북송금은 물론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에도 퍼주기라는 낙인이 찍혔다. 군사적 긴장관계 완화 같은 긍정적 측면보다 ‘북한 배만 불린다’는 부정적 시각이 고개를 들면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경협 사업은 극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통일연구원 김갑식 연구위원은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12월호에 실린 ‘남북 경협 추진 원칙’에서 “식량 부문은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지원보다는 농업 개발협력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경제 성장보다는 남북 경제에 함께 이익이 되는 협력 사업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주기 논란에 다시 휩싸이지 않도록 기존 지원 방식을 재검토하고 남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경협의 본격 추진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돌려받기로 약속하고 지원한 대북차관이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대북차관 원금은 9억3294만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식량차관 7억2004만 달러, 경공업차관 8000만 달러, 자재장비차관 1억3290만 달러를 북한에 제공했다. 이 가운데 상환된 것은 경공업차관 240만 달러에 그친다. 지난해 7월 식량차관 1억1132만 달러, 경공업차관 3784만 달러의 상환기일이 도래했지만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 자재장비차관의 경우 공사 미완공으로 상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대북차관의 상환 지연은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빌려준 돈도 받지 못했는데 추가로 경협 자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회의 수출입은행 국정감사, 남북협력기금 예산안 심의에서도 이런 비판이 제기됐다.

수출입은행은 연체 발생 이후 대북차관을 받은 조선무역은행에 모두 44차례(식량차관 26차례, 경공업 차관 18차례) 상환 촉구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독촉 통지만으로 원금과 이자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북이 정부 대 정부로 대북차관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