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채 발행 의혹 국회 상임위 열어 진상 밝혀야

입력 2019-01-04 04:00
청와대가 KT&G 사장 등의 인사에 개입했고 기획재정부에 적자 국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사무관을 기재부가 2일 검찰에 고발했다. 공무상 기밀을 누설했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사무관 주장의 핵심은 첫째, 청와대가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KT&G 사장 교체를 지시하고 KT&G 2대 주주인 금융 공기업 기업은행을 통해 이를 실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서울신문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것이고, 셋째는 2017년 기재부에 정치적 이유로 불필요한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신씨의 주장은 현재 의혹 제기 수준이다. 기재부 재직 당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증이 필요하다.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그게 부당하고 법을 어긴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청와대가 기업은행을 통해 정당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라면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 KT&G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연임안이 의결돼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서울신문 사장 교체 건도 기존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 뒤 최대주주인 기재부를 통해 사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걸 문제 삼는 건 옹색하다.

국채 발행 압박 건은 좀 복잡하다.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을 강요했는지를 우선 밝혀야 겠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월권인지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신씨의 주장처럼 전혀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전 정부의 채무비율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로 요구했다면 국정 농단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국채 발행과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했다면 부당한 개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 국채 추가 발행은 없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신씨의 폭로에 대해 “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양심선언”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판단을 유보해야 할 때다. 이 사건이 소모적인 정치 공방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이 점에서 기재부가 당시 상황을 소상하게 밝히는 대신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하고 나선 것은 성급했다. 내부고발자 입막음부터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부풀리는 꼴이 됐다. 야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이에 당당히 응해야 한다. 국정을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가장 큰 책무다. 상임위 소집을 거부하면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