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후반부에 나오는 디도서는 3장으로 구성된 짧은 서신이다. 사도 바울이 그레데 섬에 남은 디도에게 장로의 임명부터 복음의 선포, 성도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당면한 문제의 수습을 부탁하는 내용이다. 박대영 광주소명교회 목사는 바로 이 디도서 본문에서 7편의 묵상을 뽑아 ‘읽는 설교’로 다듬어 ‘디도여, 교회를 부탁하오’(두란노)를 펴냈다. 디도서 본문을 다룬 책도 드물뿐더러 이를 통해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이 말씀 위에 바로 서 있는지 비춰보게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을 찾은 박 목사를 지난달 28일 용산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광주소명교회 개척 7년 차에 접어들면서 과연 잘하고 있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해나가도 하나님이 괜찮다고 하실까 고민이 들었다”며 “주님이 말씀하는 교회에 비춰서 한번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6월 광주소명교회를 개척할 때도 6개월간 성도들과 교회론 세미나를 열어 성경적 교회론을 확립한 뒤 교회 정관에 반영했다. 목회 시작 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안식월을 갖고 디도서를 다시 묵상했다. 그는 “디도서의 그레데 교회는 좀 다급한 상황이었던 듯한데 ‘디도 네가 잘한 만큼 교회가 잘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복음이, 하나님의 은혜가 지켜주고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격려해준다는 점에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디도서의 그레데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오늘날 한국사회와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목사는 “디도서를 보면, 바울이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며 “교회의 메시지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시대에 잘못 살고 있는 교회 밖 사람들의 가치관이 교회 교리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올바른 지도자와 바른 가르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고린도전서나 에베소서의 교회론과는 다른 특성이 도드라진다. 박 목사는 “교회의 역할은 영원한 복음을 전하되, 그 시대 사람들의 질문에 그 시대 언어로 알아들을 수 있게 답변해주는 것”이라며 “교회의 메시지에 시대와의 소통을 빙자한 잘못된 내용이 섞여 있는지 분별하려면 복음도 잘 알아야 하고, 시대도 잘 알아야 한다는 걸 디도서가 잘 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교회의 존재 목표와 사명부터 시작해 지도자의 정체와 자격, 앎과 삶의 일치, 복음이 살아있는 교회, 선한 열매를 맺는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박 목사는 7개 분야에 걸쳐 교회가 바로 서기 위한 조건을 탐색한다. 그는 “디도서는 특히 교회가 고백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한다”며 “교회 안과 밖의 일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 틈이 없는 온전함(integrity)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메시지가 더욱 강력하다”고 말했다.
각 장 끝에 달아둔 ‘교회다움을 위한 체크 리스트’도 눈에 띈다. 그는 “한 장을 쓰고 나서 우리 교회를 말씀에 비춰 평가해보고 싶어 만들었다”며 “교회 안에 이 책을 갖고 모임을 하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는 모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연세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유학하던 중 프란시스 쉐퍼가 세운 국제장로교단(IPC)에서 안수를 받았다. 2005년 귀국한 뒤 광주에 정착해 광주 지역의 목회자와 성도를 위해 ‘아카데미 숨과 쉼’을 운영 중이다. 2000년 묵상 잡지 ‘매일성경’의 편집장을 맡은 이래 줄곧 문서선교 사역을 해왔으며 2013년부터 ‘묵상과 설교’의 책임편집도 맡고 있다.
그는 “목회자들은 자기가 겪었던 교회, 보았던 교회를 생각하며 안전하게 목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무엇이 교회일까에 대해 목회자들이 열린 대화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상은 이거야, 정해놓고 교회에 새로 온 사람들에게 따르라고 할 게 아니라 구성원이 달라지면 새로운 교회론을 정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엔 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고 예상할 수 없던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그때마다 성령이 주신 지혜를 붙들고 공동체와 함께 의논하면서 영적인 순발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고 교회론을 확대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박대영 목사] 디도서를 묵상하며 ‘교회다움의 조건’을 찾다
입력 2019-01-0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