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만물과 인간 존재 그 시원을 찾아서…

입력 2019-01-04 00:01
사진=국민일보DB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창조주라 고백한다. 천지 만물과 인간 존재의 근원을 알려주는 창세기는 성경 66권의 첫 번째 책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중시되는 본문 중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 읽기 딱 좋은 본문이기도 하다. 초반부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창조 스토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논쟁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인류의 계보는 지루하게 이어진다. 과연 창세기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쉽고 간단한 길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길까지, 창세기에 온전히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써

‘스토리텔링 성경 창세기’(성서원)는 창세기 본문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천지창조를 담은 창세기 1장부터 요셉의 죽음으로 끝나는 창세기 50장까지 장별로 술술 읽히게 집필했다. 성경 본문을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30여년간 주석과 강해를 써온 천종수 성서원 실장이 초고를 쓰고 강정훈 목사가 이야기를 덧입혔다. 삽화를 그린 김천정 화백, 평생 성서 번역에 매진해온 민영진 박사가 감수를 맡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오랫동안 성경을 연구해온 김영진 성서원 대표를 주축으로 반세기 동안 지탱해온 성서원의 역량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독자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환치해 해석하지 않으면 성경 이야기를 자기 인생에 적용해 해석하기 힘들다”며 “이 책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밌고 장엄한 대하드라마가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해석돼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도록 성경을 리모델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시작으로 매달 성경 한 권씩을 스토리텔링 성경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2월 출애굽기, 3월 레위기, 4월 민수기, 5월 신명기까지 예정돼 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읽어내려가

‘복음의 시작’(아가페북스)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창세기를 읽어내려간 책이다. 김일승 하늘사랑교회 목사가 지난 2년간 창세기 본문에서 한 절도 빼놓지 않고 120여 차례 강해 설교한 내용 중 핵심 14편을 골라 편집했다. 말씀묵상집 ‘주삶’의 집필진 중 한 명인 김 목사는 지난 4년 동안 목회자들과 함께 창세기 본문을 연구했다. 원어의 본래 의미를 찾아냄과 동시에 장별로 20~30개 문제를 내고 구체적인 답을 찾으면서 창세기 본문이 지금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힘썼다.

김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흔히 아브라함처럼 믿음을 가지면 하나님이 복을 주시고, 야곱처럼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하면 고난 겪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이해한다”며 “창세기 본문 중 좋은 모델은 따라가고 나쁜 모델은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이해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구약은 그림책, 신약은 그림책의 설명서라 비유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구원과 그 결과를 하나님이 구약의 인물을 통해 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처럼 보여주신 것이 구약성경이라고 보면, 나쁘고 좋은 사람의 사례들로 이해할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저마다의 인생 가운데 어떻게 하나님이 개입해서 구원을 이뤄나가는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창세기 설교를 이렇게 이어가면서 복음의 본질이 삶에 깊이 들어가 성도들의 말과 기도와 생각이 달라진 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10개 계보로 나눠 주해한 걸작

‘창세기 주석’(새물결플러스)은 창세기를 열 개의 ‘톨레도트’(계보)로 나누어 주해한, 얼핏 보면 생소하나 읽을수록 감탄하게 되는 걸작이다. 미국의 탁월한 복음주의 구약학자 브루스 K 월키가 당시 조교 캐시 J 프레드릭스의 도움을 받아 집필, 2001년 미국에서 발간된 뒤 줄곧 호평을 받아왔다. 이들은 창세기 저자의 문학적 구상에 따라 창세기 본문을 하나의 서막과 10부로 나눠 아담의 후손, 노아와 그의 가족, 이삭의 후손, 야곱의 후손 등의 계보로 정리했다. 부별로 주제와 개요, 문학적 분석, 주해, 신학적 고찰을 내놓고 있다.

창세기의 본문을 플롯, 등장인물, 핵심단어 및 전조, 교호 및 교차 구조 등 다양한 문학적 틀로 분석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어 각 장의 단어, 표현 하나하나에 대해 친절하면서도 명쾌한 주해를 내놓는다. 무엇보다 각 부의 끝에 실린,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낸 신학적 고찰은 독자가 창세기를 현재시제로 다시 읽어내게끔 도와준다. 번역은 김경열 박사가 맡았고 국내 주요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들의 추천을 받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