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이용료도 임금, 간식비도 임금” 최저임금법 공부하는 소상공인들

입력 2019-01-03 04:00

강원도 한 도시에서 20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1)씨는 올해부터 아르바이트생 임금 일부를 PC방 이용권으로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컴퓨터 50여대를 갖춘 이곳은 24시간 문을 열지만 월 매출은 1000만원 안팎이다. 알바생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지만 새해부터는 이마저도 부담이 된다.

결국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한 달 앞두고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알바생에게 4~5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게 하고 돈을 받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김씨는 2일 “지금도 밤에 직접 12~15시간 일하면서 가게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인건비가 올라가면 감당하기 힘들어 마련한 방안인데 법 위반 여부는 자문을 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바뀐 최저임금법을 직접 공부하면서 인건비 절약 방안을 연구하는 열풍이 감지된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월급 환산액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는 임금 산정에 포함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등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팁’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업주들은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지고 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정준(가명·51)씨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중 업주들에게 유리한 조항’이라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복리후생비 7% 조항을 이용하면 된다. 특히 간식을 지원해주면 간식비는 매입가가 아닌 판매가로 계산되므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5000원어치 이상을 지원해 줘야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한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뒤따랐다.

이씨는 “지난해 인건비 월 지출이 60만원 늘었다”며 “올해 더 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전적인 ‘꼼수’도 재조명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일주일 15시간을 채우지 말고 단기로 잘라서 채용하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1시간에 10분씩 휴게시간을 주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등 인건비 절약 방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태균(34)씨는 “자영업자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우리 상인회도 조만간 간담회를 가진 뒤 구청장을 찾아가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법 중 일부는 위법 가능성이 있어 혼란이 우려된다. 강명주 노무사는 “임금으로 계산되는 복리후생비의 경우 반드시 현물이 아닌 통화로 줘야 한다”며 “올해 처음 시행되는 내용이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이런 부분을 잘 몰라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