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신재민 ‘공익신고자’인가 ‘공무상 비밀 누설자’인가

입력 2019-01-03 04:00

정부에서 일하며 얻은 정보를 폭로한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공익신고자일까. 공익신고자 보호 업무를 하는 국민권익위원회와 법조계의 대답은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이다. 직권남용 행위 등 형법상 위법행위를 폭로한 것은 관련법상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김 수사관이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자인지 여부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익신고자가 되려면) 폭로 목적에 공익성이 있어야 하고 내용이 진실해야 한다”며 “김 수사관은 자기 비위를 무마할 악의적 목적으로 폭로를 해 공익신고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은 엄연한 공익제보자”라고 맞섰다.

신 전 사무관도 2일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 절차를 밟아서 법적 보호를 받고 싶다”며 “공익제보자가 숨어 다니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은 사실상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자로서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게 주무부처인 권익위의 해석이다. 이 법에는 “국민의 건강·안전·환경·소비자 이익·공정한 경쟁 등 5가지 분야에 관한 법률(2018년 11월 기준 284개)을 위반한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비밀을 보장한다”고 돼 있다. 형법상 위법행위는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권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단은 신고를 접수해봐야 할 수 있다”면서도 “공익신고자보호법은 형법상 위법행위를 각하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 등이 폭로한 내용은 주로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실제 한국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수석 등을 형법상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내부고발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도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김 수사관 등의 행위는 ‘법령·업무·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순 있다. 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의사가 메스로 환자의 배를 여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이 이들의 폭로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판단해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정당행위로 인정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또 부패방지법상 신고가 받아들여진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익성을 인정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김 수사관은 대검 징계 이후 2주 동안 침묵하다 폭로를 시작했다”며 “누군가와 협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은 위법행위와 도의적 논란이 되는 행위를 헷갈린 것 같다”며 “자신은 공익을 위한다고 믿어도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