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대그룹 총수 앞에 두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만들겠다”

입력 2019-01-02 18:57
4대 기업 총수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신년회에 참석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기를 살려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이기 등에 무게를 뒀던 지난해 경제정책 기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를 25번, ‘혁신’을 12번, ‘기업’을 8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며 “기업도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투자 없이는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3만개를 보급하고, 신산업 규제샌드박스를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재계뿐 아니라 전 부처 장관, 5부 요인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신년사의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 주재 신년회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 장소 선정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달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신년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청와대가 재계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식의 고정관념이 정부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질책했다. 공공기관 채용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집권 초기 청와대의 기조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투자 절벽이 이어지고, 고용 지표가 악화되자 문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민간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를 강조하는 한편 기존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제 혁신 등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3대 기조 안에서 이뤄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도 큰 틀의 경제 방향 변화는 없지만 정책 수단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기업, 노동자, 지자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했다. 현대차와 광주시 등이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추진했으나 무산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사회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모든 국민이 함께 힘과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영업자 대책 강화, 안전과 위험 분야 정규직화 추진 등도 다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남북 관계와 평화 관련 언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화’를 6번, ‘북한’을 4번 언급했다. ‘경제’ 언급은 3회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일궈낸 한반도 평화 관련 성과를 두고 “아직까지는 잠정적인 평화”라며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차의 핵심은 경제다. 청와대가 합심해서 일자리와 경제 문제에 있어 반드시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