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농단’ 수사로 위기 겪고 있지만 불가피한 일”

입력 2019-01-02 19:07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로 법원이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로 사법부가 비난받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지만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2일 대법원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법원은 현재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특별조사단에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법부는 더 많은 비판을 받았고, 현재로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려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이고, 이를 위해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은 사법부 스스로 다시 쌓아 올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 초기 단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사법부 신뢰 추락을 자초했다는 법원 안팎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 과정과 결과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해를 넘긴 검찰 수사도 강제징용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등 주요 의혹 중심으로 보강조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말 김용덕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 재판관이었다. 검찰은 김 전 대법관을 상대로 당시 재판의 선고가 지연된 과정에 법원행정처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했던 차한성 전 대법관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강제징용 사건 재판 지연 전략 등을 논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이 행정처장으로 있던 2012~2013년 작성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이를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