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빈번한 프로배구, 이제부터 ‘체력이 팀력’

입력 2019-01-02 19:42
대한항공의 리베로 정성민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의 경기 중 코트에 쓰러져 있다. 같은 경기에서 한국전력 센터 조근호가 주저앉은 모습(위쪽부터). 한국배구연맹 제공
최근 연전으로 체력을 소진한 한국도로공사의 이효희와 외국인 선수 파투.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에서는 ‘체력이 팀력’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순위 경쟁에서 밀려 봄배구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V리그가 4라운드에 접어들면서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이어지자 체력 분배와 컨디션 조절이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은 지난 29일 열린 5위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예상치 못하게 발목을 잡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에도 최하위 한국전력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3대 2로 간신히 이겼다. 대한항공은 두 경기에서 범실만 각각 36개·38개씩 내주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대한항공이 풀세트까지 가며 흔들린 이유는 체력이다. 시즌을 앞두고 주전들의 체력 소모가 컸다. 정지석, 한선수 등 4명은 국가대표로 차출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용병 가스파리니도 지난해 9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느라 휴식기가 짧았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최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왔다. 선수들이 체력적·정신적으로 한계점에 달한 상태”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용병 요스바니 의존도가 높은 OK저축은행도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공격을 주도하는 요스바니가 지치며 공격 성공률이 시즌 초반에 비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2라운드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2위였던 팀 순위는 어느새 5위로 처졌다.

3라운드에서 첫 승을 따낸 한국전력은 체력 고갈 때문에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는 중이다. 한국전력은 먼저 1세트를 따내며 승기를 잡고도 뒤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승점을 내주곤 했다. 이번 시즌 풀세트 패배만 여섯 차례다. 강한 외국인 용병이 없는 만큼 국내 선수들의 부담이 크다. 팀의 에이스 서재덕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용병이 없다 보니 다른 팀보다 한 발이라도 더 많이 뛰어야 한다. 체력적인 면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루걸러 경기를 치르는 수준의 여자부도 체력 관리가 순위 싸움의 관건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지난 23일부터 2일까지 11일 동안 네 경기나 치렀다. 여자부 선두를 다투고 있는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4라운드 현대건설과의 경기 후 “(연말연시)경기 일정이 빡빡하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힘겨운 일정을 잘 버텨내며 도약을 노리는 팀도 있다. 4연승을 달리는 우리카드(3위·승점 36)는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기복이 심하던 KB손해보험도 4라운드 들어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선수단이 두꺼운 IBK기업은행은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치열한 후반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수를 고루 활용해야 한다. 용병이나 몇몇 주전에만 의존해서는 남은 경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 박희상 KBSN 해설위원은 2일 “매일 같은 선수만 경기에 내보내는 팀은 체력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여러 국내 선수들이 출전해 제 몫을 해줘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