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시무식 첫 주재, ‘ES 시대’ 본격 개막 신호탄

입력 2019-01-02 19:30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시무식은 특별했다. 지난해 9월 승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시무식을 주관하고 신년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서로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의 융합을 즐겨 달라”며 2019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말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저부터 임직원 여러분들과 적극 소통하고 도전적 실행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문화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사업경쟁력 고도화, 미래대응력 강화, 경영·조직 시스템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2025년 친환경차 44개 모델, 연간 167만대 판매를 통해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내실경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ICT 융합, 공유경제, 인공지능,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도 정몽구 명예회장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는 “정몽구 회장님께서 끊임없이 강조해 오신 품질과 안전, 환경과 같은 근원적 요소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 치 양보 없는 태도로 완벽함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올해 세계시장에서 각각 468만대, 292만대 등 총 76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수 71만2000대와 해외 판매 396만8000대, 기아차는 내수 53만대와 해외 판매 239만대를 목표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 실적(739만8775만대)보다 약 20만대가량 높은 수치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중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보호무역 확산 등에 따라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 무리하게 판매 목표를 높여 잡기보다는 현실적인 사업 목표를 설정해 수익성 위주로 내실을 다져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개발 등 미래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