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사막이라도 도로가 연결되고 물과 전기가 공급되면 도시가 된다. 컴퓨터에선 여러 소프트웨어가 기능하도록 돕는 운영체제가 도시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사람들은 이를 플랫폼이라 부른다. 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호(28) 만나플러스 대표는 한국교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꿈꾸는 청년이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김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교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만나톡’을 소개하며 말했다. 만나톡은 교인을 위해 개발한 ‘카카오톡’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나톡에 가입할 때는 출석 교회와 봉사 직무, 신급 사항 등 교적을 적어야 한다. 인증을 거치면 소속 교회 목회자의 교적관리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돼 공지를 받거나 심방을 신청할 수 있다. 태신자 관리 항목이 있어 전도한 태신자의 수를 다른 성도들과 비교할 수도 있다. 교인을 위한 ‘폐쇄형 메신저’와 교회를 위한 ‘교적관리 시스템’ 역할을 맡는 셈이다.
이 밖에 ‘네이버 밴드’와 같은 ‘코이노니아 밴드’를 통해 기도와 신앙생활을 나눌 수 있다. 교회 성도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교우사업체’로 소개돼 손님을 모은다. 중고거래 장터는 교인들 간 거래가 이뤄지기에 여느 사이트보다 믿을 만하다. 휴대전화 주소록에 등록된 사용자가 만나톡 사용자라면 그의 교적을 바탕으로 사용자 간 연결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만나톡은 현재 베타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림형석 목사)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평북노회 교회 270여곳이 사용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가 아직 만나톡 사용을 권유하거나 개별 교회 영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무료로 올라가 있기에 누구든 사용할 수는 있다. 목회자가 교인들과 함께 설치했을 때 행정 전산화와 교적·심방 관리, 전도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만나톡으로 다음세대를 세우고자 한다. 젊은 기독 청년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소개하면 만나톡이 이를 기독교 소비층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안타깝게도 한국교회 다음세대는 이미 죽었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다”며 “예를 들어 크리스천 만화가라면 외설적인 내용을 그리지 않아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어린 나이에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선 데는 아버지인 김기대 구미시민교회 장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김 장로는 2000년대 초반 학원 원장으로 있을 때 당시로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학원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이를 지켜본 김 대표는 ‘6만 한국교회를 연결하는 메신저’라는 비전을 품고 구미에서 상경, 밤낮으로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정보기술(IT)의 발전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며 “사이버 공간 역시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기독인끼리 소통, ‘만나톡’ 사용하면 어때요
입력 2019-01-0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