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로 한국 주택가격이 미국 일본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11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택가격 하락을 상쇄해줄 경제성장률은 매년 2.0~2.2% 정도로 산출됐다. 2%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노동인구비율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을 막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인구 고령화와 주택가격’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15~64세 인구가 나머지 인구보다 적어지면 주택가격도 떨어지는데,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그 속도가 크다는 게 핵심이다. 고령화 지표 중 하나인 역부양비율(15~64세 인구를 나머지 인구로 나눈 비율)만 고려하면 한국의 집값은 2015년을 기점으로 2025년까지 약 18%, 2035년까지 약 39%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국 중 가장 큰 낙폭이다.
물론 집값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경제성장률 등 집값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해외 사례에 비춰 모형을 만들고 고령화에 따른 집값 하락을 상쇄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추산했다. 집값 ‘방어’에 필요한 경제성장률은 연 2.0~2.2%로 계산됐다. 보수적으로 따지면 연 2.8%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인구에 더해 총인구까지 줄어들면 집값 방어는 더욱 어려워진다. 문제의 시기는 2030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2일 “한국의 총인구가 2030년부터 감소한다는 전망이 큰데, 그럴 경우 주택시장이 수요 측면에서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일본 사례를 볼 때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뒤 주택시장 내부에서의 충격은 뚜렷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총인구가 줄어들었고 현재 빈집이 800만 가구를 넘는다. 빈집대책특별조치법 제정 등 대책이 잇따랐지만 주택시장 침체는 여전하다. 조 교수는 “한국의 고령화 경향은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며 “우려스러운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논문 말미에 역부양비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언을 더했다. 외국의 우수 인력을 국내 노동시장으로 유입시키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고, 고령층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고령층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고령화 따른 집값 하락폭 한국,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입력 2019-01-0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