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의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에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1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낸 SK는 올 시즌 끝이 보이지 않는 연패의 늪에 빠져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새해 들어 분위기 반전을 바라고 있지만 상위권 팀을 차례로 상대하는 리그 일정 탓에 연패 장기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SK는 2일 현재 9승 20패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전날 SK는 전주 KCC와의 새해 첫 경기에서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뒷심에서 밀려 84대 86으로 2점 차 석패를 당했고, 충격의 9연패에 빠졌다. 지난 시즌 ‘신인왕’ 안영준이 25점(3점슛 7개 포함), 단신 외국인 선수 마커스 쏜튼이 28점(3점슛 5개 포함)을 쏟아냈지만 연패 행진을 막지 못했다.
SK가 9연패에 빠진 것은 2011-2012시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리그 최하위 서울 삼성(7승 23패)과의 승차는 2.5경기다. 이제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다. SK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리그 1~3위 팀들과 연전을 앞두고 있다. 3일 인천 전자랜드(2위), 5일 부산 KT(3위), 그리고 8일에는 선두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해야 한다.
문경은 SK 감독은 지난 수년간 주포 애런 헤인즈를 중심으로 한 포워드 농구를 펼쳐 왔다. 키 큰 포워드들을 가동해 수비에서의 이점을 최대한 챙기고, 기동력을 십분 활용해 빠른 공격을 전개해 재미를 봤다. 그러나 우승을 이끌었던 주축 포워드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SK가 구축했던 팀 컬러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올 시즌 SK는 유독 부상자가 많다. 포워드 최준용과 안영준은 각각 발가락과 무릎을 다쳐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최근 팀에 복귀해 몸을 추스르고 있다. 궂은 일을 도맡던 베테랑 포워드 김민수는 허리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비시즌 무릎수술을 받은 헤인즈는 8개월을 쉰 뒤 코트에 복귀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다시 4주간 부상선수로 공시됐다. 경기당 평균 12.7득점을 올리며 외로이 버텨줬던 에이스 김선형은 경미한 손등 부상을 입어 새해 첫 경기에 결장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들도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헤인즈 대신 영입한 듀안 섬머스는 단 4경기를 소화한 뒤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SK는 섬머스의 대체선수로 아이반 아스카를 영입했으나, 아스카는 아직 1경기도 소화하지 않아 적응기가 필요하다. 쏜튼은 조금씩 득점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혼자 공을 너무 오래 소유하는 나쁜 습관 때문에 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SK의 공격력과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팀 평균 득점(74.4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80점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팀 어시스트(15.8개)도 최하위다. 문 감독은 국내선수 위주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아∼ 울고 싶어라, SK 새해에도 한파
입력 2019-01-02 19:52 수정 2019-01-0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