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4자녀씩 키우는 형제 “성경 원리대로 낳았어요”

입력 2019-01-03 00:01
백상현 국민일보 기자(오른쪽 두 번째) 부부와 2남2녀 자녀, 백두현 포항극동방송 지사장(왼쪽 세 번째) 부부와 1남3녀 자녀가 1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함께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06년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했다. 2008년 첫째를, 2009년 둘째를 낳았다. 특수학교 교사인 아내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육아에 전념했다. 2002년 결혼한 형은 2010년 셋째를 낳았는데 ‘딸-딸-아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도 ‘형처럼 셋은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문제는 두 번의 제왕절개 수술 이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셋째를 낳았다.

당시에는 인천 중구 영종도에 거주했다. 셋째 출산장려금으로 300만원, 매달 양육비로 30만원이 나왔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정책 덕분인지 영종도에선 세 자녀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 집 근처 공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아기학교 프로그램도 도움이 됐다. 303비전성경암송학교의 성경 암송을 자녀교육의 골격으로 삼았다. 셋째를 낳을 때만 해도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평생 몇 억원이 들어간다’는 뉴스가 수시로 나왔다. 언론이 앞장서 아이를 낳지 말라고 대놓고 홍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어느 날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오빠, 나 임신이래.” ‘셋째도 위험해서 대학병원에서 낳았는데, 넷째라니….’ 아내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임신에 심한 자책감이 밀려 왔다. 출산을 앞두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신촌세브란스병원 근처 오피스텔을 얻어 1개월간 살았다. 2014년 1월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예쁜 딸이었다. ‘아들-딸-아들-딸.’ 서울 북아현성결교회 신건일 담임목사는 ‘넷째를 출산하는 성도에게 하와이 여행권을 주겠다’며 10년간 모았던 적금을 우리 부부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아내의 고생이 본격 시작됐다. 아내는 양가 부모의 도움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웠다. 자신의 인생 중 4분의 1을 자녀 양육에 쏟았는데, 지치지 않았던 비결은 가정예배였다. 아내는 매일 아이들과 말씀을 암송하며 육아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나는 2인용 유모차를 끌고 아내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다녔다. “와, 아이가 넷입니까. 참 애국자입니다.” “아, 예.” 식당에서 6명이 앉을 넓은 자리를 찾을 때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당시 아이 셋을 키우던 형수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런 제안을 했다. “형수님, 우리 아이들 넷과 그쪽 아이 셋을 합치면 어린이집도 운영할 수 있겠어요.” “죄송해요. 저희도 넷째를 가졌어요.” “네?”

우리 부부를 보면서 형 부부도 넷째를 가질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형뿐만 아니었다. 아내의 교회 동기들도 도전을 받은 것 같았다. 주변에 셋째나 넷째 아이를 낳는 가정이 꽤 생겼다.

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교육비였다. 한동안 태권도학원에 보냈는데 매달 12만원씩 4명분을 납부하니 부담이 컸다. 몇 개월 보내다 그만뒀다. 아이들이 클수록 교육비의 비중은 커졌다.

아내는 네 아이를 앉혀 놓고 늘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 집 형편상 너희들은 개인과외나 학원에 다닐 수 없다. 따라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매달려야 한다. 지혜를 얻으려면 하나님 말씀을 암기해야 한다.” 첫째와 둘째는 잠언 1장부터 외우기 시작해 지금은 30장 21절까지 외운다. 셋째와 넷째도 한글을 익히기 전 성경부터 외웠다.

주변 엄마들은 네 자녀를 보며 ‘다른 아이들과 달리 배려심이 깊다’며 칭찬한다. 4명으로 이뤄진 작은 사회가 가정 안에 형성돼 있다 보니 아이들이 배려와 인내를, 부족한 상황에서 만족할 줄 아는 미덕을 배운 듯하다.

매일 세탁기를 두 번 돌린다. 10㎏짜리 대용량 건조기도 필수다. 잠깐 방 2개짜리 집에 거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거주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소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있어야 하는 집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다자녀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가스비와 전기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있긴 하다. 합쳐봐야 2만원도 안 된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 대중교통은 엄두도 못 낸다. 4개의 여행용 가방은 둘째 치고 KTX를 탔다가 아이들이 떠들거나 하차를 앞두고 잠이라도 들면 난감한 상황이 된다. 결국,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여섯 식구가 탈 수 있는 차량이 고가의 승합차밖에 없다는 것이다.

젊은 부부들은 어린이집 입학 시 우선순위 부여, 공과금 일부 지원, 차량 구매 시 취·등록세 면제 정도의 정책으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과 주거 문제라는 본질에 있어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다자녀 부모들이 늘어날 것이다.

아내는 조만간 복직해야 한다. 교사는 한 아이당 3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그 기간을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네 아이 출산과 양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충분한 육아휴직은 출산장려 정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면 한 아이당 3년의 육아휴직 제도를 한국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

조만간 등·하교 도우미와 집안 살림을 보조할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미술 등 예체능 교육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산과 양육은 본질적으로 가치관의 문제다. ‘자녀=고액의 양육비 필요, 경력 단절’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자녀=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성경적 가치관이 충돌한다.

아내와 형수는 똑같은 말을 했다. “기독교 신앙이 없었다면 육아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육아는 사명이다. 물론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가 어깨를 짓누른다. 하지만 묵묵히 키우다 보면 아이가 하나님이 주신 축복임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오늘도 퇴근 때 네 명의 아이들이 두 팔을 벌리고 뛰어나와 춤추며 노래를 불러줬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